2001-04-23 17:21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이 국내 처음으로 초대형 유조선을 쌍축형으로 건조, 쌍축선의 상용화에 전기를 마련했다. 쌍축선이란 엔진과 프로펠러를 각각 2기씩 가진 선박으로 지금까지는 여객선, 군함 등 특수목적으로 건조하는 선박에만 적용돼 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19일 오전 스웨덴 콘코디아사의 31만5천톤급 초대형 쌍축유조선에 대한 명명식을 가지고 선박을 '스테나 비전'호로 명명했다.
이 선박은 지난 98년 12월 수주한 2척의 동형 선박중 첫 번째로 건조된 것으로 엔진과 추진용 프로펠러를 각각 2기씩 장착하고 있어 예기치 않은 엔진고장에도 안전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 뿐아니라 선폭이 넓고 선고가 낮아 강에서도 항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선박에는 현대중공업이 자체 제작한 2만1천5백마력급 디젤엔진 2기가 완전 분리된 엔진실 내에 각각 탑재돼 있다. 지금까지 건조된 일반 초대형 유조선은 엔진과 프로펠러가 1개씩 장착돼 있어 하나의 엔진이 고장을 일으킬 경우 조류에 떠밀려 좌초 또는 전복돼 원유유출로 인한 대규모 해양오염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건조된 선박은 또하나의 엔진으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어 안전성이 보장되며 운항지연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건조되는 유조선들은 원유탱크 부분만 이중선체 구조로 돼 있지만 이 선박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관실까지 이중선체로 설계됐다. 과거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20만톤급이상의 대형 유조선을 스팀터빈(지금은 디젤엔진)을 이용한 쌍축추진 방식으로 건조한 바 있으나 엔진의 용량부족에 따른 추진력 확보를 위해 기관을 2개로 한 것일 뿐 안전항해와 해양오염 방지차원에서 쌍축선형으로 건조된 초대형유조선으로는 이 선박이 처음이다.
이 선박은 선폭이 일반 VLCC에 비해 12미터 가량 넓은 70미터이며 깊이(선박의 높이)는 5미터이상 낮은 25.6미터로 지금까지 건조된 동급 선박에 비해 옆으로 넓게 퍼진 형태이다. 따라서 수심이 얕아 일반 유조선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세계 50여개 항구기지에 입출항이 가능하다.
이는 이 선박이 서아프리카 유전지대에서 원유를 싣고 대서양을 건너 수심이 16.8미터에 불과한 미국의 델라웨어강을 거슬러 필라델피아 선 오일 터미널까지 가는 항로상의 특성을 감안해 설계된 것이다.
또 단축선의 경우 수심제약 때문에 프로펠러의 직경이 제한을 받게돼 선박의 추진효율이 떨어지는데 비해 쌍축선은 크기가 작은 2개의 프로펠러에 추진력을 분산시키고 리덕션 기어를 이용해 16.9노트의 안정성있는 속도를 유지하게 돼 엔진효율을 높이면서 연료절감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 선박이 동급 VLCC에 비해 10%정도 선가가 비싼 고부가가치선으로 안전성과 항해편의성 등의 잇점이 있다는 점을 들어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박영호 부장(선체설계 1부)은 "선고를 낮추고 선폭이 넓어진데 따른 특별한 설계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처음 건조하는 선박이라 엔진과 프로펠러의 조립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 회사 관계자는 "특정항로에 취항하는 선주들이 이러한 형태의 선박에 대해 선호경향을 보이고 있어 건조경험이 있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후속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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