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이 이란의 해외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중동항로 시황도 동반 상승할 걸로 기대됐지만 변화는 더뎠다. 더욱이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을 앞두고 화물을 미리 내보내려는 수요가 사라지며 물동량 약세가 나타났다. 기대만큼 시장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면서 약보합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 간 교역량은 5만4000TEU를 기록, 전년 동월 4만TEU에 비해 35% 증가했다. 다만 이 증가세는 코로나 재확산 문제로 물동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실적의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이달 수출물동량은 전달인 7월 대비 약 11% 감소한 2만9960TEU를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3만TEU에 미치지 못한 것은 1월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출입 물동량이 모든 기간 전년 대비 상승한 데 비하면 아쉬운 기록이다.
9월에도 중동행 물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월초 떨어졌던 소석률(화물 적재율)을 중순 이후에 회복하기는 했으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선사들은 소석률 80~90%를 유지하면서 화물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추석과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과거의 ‘밀어내기’ 특수가 실종된 건 뼈아픈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추석이나 국경절 같은 장기 연휴를 앞두고 반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 선사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당 기간 물량 러시는 없었다.
선사 관계자는 “긴급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면서 “이전처럼 밀어내기 수요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화주 측이 비용을 절감하고자 자체적으로 수출입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연휴 전까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휴가 끝나고 화물이 살아날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부진과 시황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사들은 공급 조절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매년 중국 국경절(10일1일) 연휴를 맞아 10월 초에는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일부 선사를 제외하고 스케줄 변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선사 관계자는 “남은 하반기 동안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운임은 9월 들어 2주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8월4일 809달러에서 4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9월1일 962달러를 찍은 뒤 하락했다. 9월15일 발표된 운임은 864달러로, 전주 948달러에서 8.9% 하락해 다시 800달러대로 떨어졌다.
한국발운임지수(KCCI) 또한 4주 연속 하락세다. 9월4일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 1604달러를 기록한 이후 1500달러대에 돌입, 9월 3주차인 9월18일엔 1542달러로 집계됐다. 소폭 반등하며 1649달러를 기록했던 한 달 전(8월21일)에 비하면 6.5% 가량 하락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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