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주요 산업별 정기평가 결과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는 한편 향후 1~2년 이내 등급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기평은 대한항공이 2020년 4분기 이후 우수한 영업실적을 이어간 점을 평가 근거로 들었다. 국적항공사의 지난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5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별도 기준 매출 3.6조원, 영업이익 0.5조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외 방역규제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과정에서 원가 상승, 화물운임 하락 등 변수가 등락했지만 꾸준히 실적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한기평은 국제여객 운송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4분기 국제여객 운송량(RPK)은 2019년의 60% 수준이지만 운송단가(yield)가 50%가량 높아지면서 여객 매출은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신용평가사는 올해 하반기도 대한항공이 여객부문 실적에 힘입어 높은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억제됐던 여행 수요가 분출되면서 국제 여객 시장이 회복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경쟁 우위에 있는 미주 노선과 동남아·구주·일본·대양주 노선은 수요 성장이 가파르고, 대한한공 여객 수요를 뒷받침하는 프리미엄 좌석의 선호도까지 증가하면서 호재로 작용했다.
하반기 여객기 공급과 화물실적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 완화로 항공기 제조 시장이 정상화됐지만 대한항공의 주력인 대형 항공기는 잔고 비중이 작아 신규 공급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항공화물 이익은 팬데믹 기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경기 하방압력으로 화물 수요가 감소하고, 운송량(CTK)과 운송단가는 하락세를 보여 시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기평은 대한항공이 화물기재 경쟁력과 화주 네트워크에 기반해 실적 방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건은 미국, EU,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았다. 한기평은 대한항공이 인수를 마쳐도 재무안정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교적 재무구조가 미흡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재무지표가 저하되고, 통합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순이익이 누적되고 유상증자로 재무안정성이 제고돼 인수합병에 따른 재정악화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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