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청(ACP)의 수심(흘수) 제한에 선사들이 화주에게 할증료를 부과하기로 해 해운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ACP는 “슈퍼 엘니뇨현상에 따른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이달 24일 네오파나막스급 컨테이너선의 최대 흘수를 13.72m에서 13.56m로 낮춘 데 이어 30일부터는 13.41m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ACP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수위 저하를 이유로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의 흘수를 수시로 끌어 내린 바 있다. 2020년엔 가뭄으로 운하 수위가 낮아져 건설비용을 충당하고자 선사들에게 담수 할증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가뭄이 극심해 5번째 흘수 제한 조치에 나섰다.
흘수 제한에 선사들은 적재 화물 중량을 낮춰야만 한다. 이번 ACP의 조치에 화물을 최대 40% 적게 싣고 운하를 지나야 한다는 게 선사들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사들은 6월1일부터 화물당 300~500달러의 할증료를 부과해 중량 제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선사 관계자는 “평소보다 낮은 수위는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에 심각한 흘수 제한을 초래하고 있다”며 “동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화주들에게 6월1일부로 모든 화물에 할증료를 지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ACP의 조치가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양진흥공사는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운송량 제한이 심화되거나 미 서부를 통한 내륙 철송 및 수에즈운하를 경유한 동부 운송 증가에 영향을 주면서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운임은 북미 서안이 2주 연속, 동안이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5월19일자 상하이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329달러 236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전주 1385달러 2381달러와 비교해 서안은 4%, 동안은 1% 각각 내림세를 보였다. 한 달 전인 1633달러 2510달러에 비해 각각 19% 6% 떨어졌다.
5월22일 현재 한국발운임지수(KCCI)는 미국 동안행 운임이 FEU 기준 전주 2407달러 대비 3% 상승한 2482달러로 4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서안행은 1413달러에서 1409달러로 소폭 떨어지면서 2주 연속 하락했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롱비치행 공표 운임은 5월 현재 FEU당 669~1700달러로 전월 690~2000달러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뉴욕행 운임도 704~2600달러로, 전월 735~2900달러에서 하락했다.
물동량은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하면서 수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올해 4월 아시아 10개국발 북미행(북미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140만TEU에 머물렀다. 일본을 제외한 9개국 지역에서 물동량이 줄었다.
1위 선적국인 중국은 전년 대비 20% 감소한 81만5000TEU로,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했다. 2위 우리나라도 6% 감소한 17만2000TEU에 머물렀다. 3위 베트남은 31% 감소한 11만1000TEU였다.
4위 대만은 24% 줄어든 7만5000TEU였다. 5위 싱가포르는 12% 감소한 6만1000TEU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8위 일본은 8% 증가한 3만2000TEU를 기록, 10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1위 가구가 32% 감소한 23만2000TEU, 2위 기계류가 10% 감소한 17만TEU, 3위 전자전기가 0.4% 감소한 13만7000TEU를 기록, 소매제품 부진이 심화됐다. 올해 3월 미국발 아시아행(수입항로)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한 49만7000TEU였다. 1위 중국이 2% 증가한 13만5000TEU, 2위 일본이 11% 늘어난 6만6000TEU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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