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담합 혐의로 국내외 컨테이너선사를 제재한 사건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한중항로 취항선사 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 소속 컨테이너선사 15곳은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적선사에선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오션 한성라인 흥아해운 HMM 진천국제객화항운 등 14곳, 중국선사에선 SITC 1곳이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제기 기한이 7일이었는데 중국 국경절 연휴가 9일까지 이어지면서 본사의 위임 절차를 밟을 수 없었던 중국선사들이 대거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로써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3개 항로에서 모두 행정소송을 냈다. 이의신청 절차를 밟았던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는 8월11일,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지난달 16일 각각 소장을 제출했다. 동남아항로에선 국적선사 11곳과 외국적선사 9곳, 한일항로에선 국적선사 12곳과 외국선사 1곳이 각각 소송에 참여했다.
선사 관계자는 “소송 제기 기한이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한 달인데, 의결서를 받은 순서대로 각 항로 취항선사들이 마감날에 맞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컨테이너선사들이 2003년부터 16년간 해운법에서 규정한 해수부 신고 등의 적법 요건을 지키지 않고 최저운임(한일항로 MGL, 동남아·한중항로 AMR) 공동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동남아항로와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에게 총 1763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국적선사 과징금 규모로만 보면 한일항로가 동남아항로보다 138억원가량 많다.
해운협정에 근거해 관리되는 한중항로는 시정명령만 받아들었다. 외교적 마찰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선사들은 공정위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조사 기간 동안 19번이나 기본운임 협약을 해수부에 신고하고 화주단체와도 협의하는 등 적법 절차를 거쳤고 공정위가 문제 삼은 최저운임은 기본운임에 포함되는 부속 합의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수부도 지난해 공정위가 동남아항로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심사보고서를 내자 “부속협의는 신고 대상이 아니고 설사 행위절차에 문제가 있더라도 해운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선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선사들은 아울러 지난 2004년 1월 공정위가 한일항로의 최저운임 부과 행위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당시 공정위는 국제물류협회가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부과한 최저운임은 기본운임 인상 방식이 아닌 데다 화주와 협의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위법한 공동행위라고 진정하자 이 같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화주 회의록에 국제물류협회가 진정 결과를 밝힌 내용이 남아 있지만 공정위는 이 사실을 함구하는 상황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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