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27 17:49

누구를 위한 항만공사제인가?

영국의 사상가 Canon Donaldson은 7대 사회악의 하나로 원칙 없는 정책(policies without principles)을 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공부문의 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의 공공부문 개혁은 원칙에 충실한지, 아니면 정부 조직을 개편하기만 하면 곧 개혁이 완성된다는 착각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는 조직을 통폐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해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경우는 조직의 분리를 통하여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경우는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부문을 공사화하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사화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바로 민영화하겠다고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만공사제의 도입은 전자이며, 철도청의 민영화 작업은 후자이다. 흐름이 혼재되어 있다. 이 같은 현실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나 엄밀한 검토 없이 조직의 개편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도처의 경험은 민간부문이 공공부문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공공부문은 자신들만이 공공의 이익을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공성의 확보는 민간 서비스 주체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직 개편의 궁극적인 방향은 민영화이다. 그러면 현재 단계에서의 정부 조직의 개편은 그것이 과연 민영화로의 이행과정에서 바람직한 과정이냐 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조직 개편은 변화 자체가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적 개혁의 추세에 대응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전제 뒤에는 실질적이고 잠재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즉 조직의 개혁으로 이용자가 행정서비스의 차이를 과연 인식할 수 있는가? 개혁이 이용자에게 서비스 수준을 제고시키고 유지시킬 수 있으며, 보다 효율적으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변화가 초기부터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변화를 어떻게 제대로 정의할 수 있으며, 현재 모습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어떻게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울 수 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범위한 정부 간섭으로 인한 공공 서비스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공공부문 서비스의 개혁은 규제완화, 상업화, 민영화 등 세 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규제완화는 현재 공공부문이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부문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상업화는 공공 서비스 부문에 민간기업 관리의 자치적인 특성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인사, 업무의 범위, 예산의 편성과 집행,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관료적 제약을 벗어날 수 있고, 조직 운영, 시장전략 등에서 탄력성과 자율을 가질 수 있다. 민영화는 현행 공공 서비스 부문을 민간이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통제 없이 시장의 여건에 따른 완전한 상업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2001년 상반기에 항만공사(port authority) 설립을 위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01년 하반기에 부산·인천항에 항만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항만공사란 항만 운영을 관료주의 방식이 아니라 기업 경영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되는 공기업이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 널리 채택하고 있는 항만관리체계이다.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항만공사는 정부가 항만 재산을 현물 출자하여 자본금을 구성하는 유자본 특수법인이다. 운영은 기업 회계 방식에 따라 독립채산제로 하고, 현재 국가가 수행중인 항만 행정 업무 가운데 접안시설 등 채산성이 있는 상업 업무를 맡기게 된다.
그러나 항만의 이용자인 화주·선사·항만운송회사 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주요 항만에 부두운영회사를 설립해서 민간에 임대·운영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항만공사 설립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항만공사가 설립되는 경우 항만관리·운영 및 개발에, 지방 해양수산청·항만공사·컨테이너부두공단·지방자치단체 등이 관여하게 되어 계획 및 지시 계통의 일관성이 없어져 비효율성이 나타날 것을 염려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의 항만 관리 업무가 현재의 지방 해양수산청에서 항만공사로 이관되면서, 부산과 인천의 항만관리·운영 인력이 약 4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항만시설의 임대료와 사용료가 4~5배 가량 대폭 인상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만의 이용자인 화주와 선사가 반대하고, 항만 서비스의 제공자인 항만운송사업자도 반대한다. 그러면 항만의 이용자 모두가 반대하는 항만공사제는 누구를 위해 도입하는 것인가? 항만공사제의 도입으로 표를 얻을 수 있고, 공공부문을 개혁했다고 생색을 낼 수 있는 정치권을 위해서인가? 항만공사제가 부산·인천 등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에게 인기가 있다고 판단하여 자신의 '표'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도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러나 지역주민에게 인기가 있는 정책이 반드시 지역주민에게 득이 되는 정책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항만은 형식적으로는 정부가 항만의 관리·운영 및 개발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보면 컨테이너 부두는 컨테이너부두공단이 정부에서 무상 전대(轉貸) 받아 터미널 운영업자에게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시설의 개발도 담당하고 있다. 1999년 1월부터 전국 주요 9개항 30개 부두에서 터미널 운영회사(Terminal Operating Company) 제도를 실시하여, 민간운영회사가 터미널 부지, 선석, 야적장, 창고, 장비를 일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TOC 제도의 도입으로 생산성이 12.5% 증가하였고, 화주의 물류비용을 연간 4,000억원이나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정부에 의한 관리·운영보다 민간에 의한 항만 운영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결국 오늘날 우리나라의 항만은 국유 민영의 전형적인 형태로, 정부가 시설을 소유하되 항만 하역·보관·도선·예선, 기타 각종 항만운송보조업 등 실제로 거의 모든 항만 서비스는 민간에 의해서 제공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시설을 공공이 소유하되 민간이 운영하는 형태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항만개혁의 가장 일반적인 추세이다. 다만 항만 소유 및 관리가 중앙 정부의 부서냐, 중앙 정부 관할 공사냐, 지방 정부의 부서냐, 지방 정부 관할 공사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현재는 중앙부서인 해양수산부의 지방 해양수산청이 해당 항만시설의 관리와 운영·감독을 하고 있어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하겠다. 반면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항만공사제는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하겠다. 부산시와 인천시가 도입하고자 하는 항만공사제는 네 번째 유형에 속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느 것이 항만 서비스의 효율을 보다 증진시킬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자치 운영이 가능하며, 항만투자 및 시설의 유지보수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항만 관리조직의 재정적 자생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항만은 상업적 특성이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이미 민간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터미널 등 일부 항만시설에 대해서는 민간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상의 민영화 상태에서 항만공사로의 제도개혁이 과연 항만의 관리와 운영 효율을 어느 정도나 제고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현행제도와 비교하여 그 편익이 제도개혁에 수반되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것일까?
세계 도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항만공사제를 도입하는 경우 항만공사가 대체하려는 중앙 정부의 기구와 마찬가지의 기구로 그칠 수도 있다. 즉 아무리 항만관리가 항만공사로 이관되고, 요율과 예산 편성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각종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 외국에서의 경험이다. 뿐만 아니라 항만 행정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증가하여 개혁 전에 기대했던 항만관리의 효율성과 이용자의 요구에 대한 탄력성을 제고시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오히려 개혁의 과정에서 조직 전환에 따르는 비용만 발생시키고, 조직원의 사기만 저하시켜 생산성이 저하되어 사회적 비용만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항만공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항만 운영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함으로써 항만 운영의 효율화와 서비스 향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적 요인인 조직 형태보다는 항만운영과 관련된 내부적 요인이 조직 개편의 핵심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다른 나라에 없는 해양수산부가 있고, 실제적으로 항만공사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 해양수산청이 있다. 그리고 이미 항만 운영의 거의 모든 부문은 민영화되어 있다.
지금 우리나라 항만의 관리 및 운영 형태는 홍콩과 거의 같다.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항만의 관리와 운영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항만공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조직 논리에도 전혀 맞지 않다. 더구나 지금의 지방 해양수산청이 수행하고 있는 부문을 인수하면서, 조직이 몇배나 커져야 하는 이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공조직이 만들어지면 사회의 효율과 항만의 발전을 위하려는 동기보다 자신들의 권한을 극대화하고 예산을 극대화하려는 동기에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 Mancur Olson과 William Niskanen의 주장이다.
더욱이 항만공사제를 도입하는 경우 중앙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항만시설의 개발은 현재의 컨테이너부두공단과 같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 결과 투자재원의 확보가 매우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면 항만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없게 되고, 부산항이나 인천항은 동북아 거점항만으로서의 위상을 결코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역의 압력에 의해 기존의 항만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지역에서 사용되도록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결과 항만의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의 '표'를 더 얻기 위한 사업으로 전환될 것이다.
더구나 엄청나게 비대한 항만공사의 운영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항만시설요금을 인상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항만의 이용자에게 단기적으로 재정적 부담을 지울 것이고,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다. 따라서 항만이용자들이 점차 다른 항만으로 옮겨가게 되고, 그 결과 지역경제의 성장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 명약관화하다.
외국에서 항만공사제의 도입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여건에서는 실용 가능한 접근방법이 아니다. 진정으로 항만의 발전을 위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한다면, 성공적인 항만운영의 민영화를 위하여 아직도 남아 있는 경제적 규제를 철폐하고 항만내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JAKART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Baltic West 09/22 10/01 Heung-A
    Baltic West 09/23 10/02 Sinokor
    Sawasdee Mimosa 09/23 10/04 Heung-A
  • BUSAN BANGKOK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Sawasdee Vega 09/21 09/29 Sinokor
    Pancon Bridge 09/22 10/02 Pan Con
    Starship Taurus 09/23 10/02 Heung-A
  • BUSAN DANANG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Wan Hai 288 09/26 10/02 Wan hai
    Wan Hai 287 10/03 10/09 Wan hai
    Wan Hai 287 10/04 10/10 Interasia Lines Korea
  • BUSAN TOKYO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Toyama Trader 09/21 09/23 Sinokor
    Pos Yokohama 09/22 09/24 Sinokor
    Bal Star 09/24 09/27 Taiyoung
  • BUSAN SHANTOU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Pos Qingdao 09/23 09/30 Sinokor
    Ym Constancy 09/28 10/05 Wan hai
    Yokohama Trader 10/01 10/08 Sinokor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