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의 부당 공동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전원회의 일정을 확정한 가운데 선사들은 동남아항로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동남아항로에서 운임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에서 66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국적 컨테이너선사 11곳은 이의 신청 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이번 주 안으로 이의 신청을 제기할지 서울고등법원에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의 신청 기한은 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까지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열린 전원회의 결과를 담은 의결서를 지난달 18일 선사 측에 발송했다. 앞서 보도된 대로 고려해운과 장금상선·흥아라인에 가장 많은 296억원 26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납부기한은 7월 중순이다.
아울러 선사들이 그동안 제기해온 주장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모두 ‘이유 없다’고 결론 내린 내용도 의결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서대로라면 공정위는 선사들의 이의 신청을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는 셈이다.
다만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에 대한 전원회의가 오는 25일과 31일로 결정됐다는 점이 변수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달 27일과 28일 전원회의를 소집하려다 중국 선사들의 의견서 제출이 늦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었다. 한 달이 지나 열리는 회의에서 두 항로의 운임 공동행위가 무혐의로 판단될 경우 동남아항로의 이의 신청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일항로와 한중항로에서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원회의 일정만 다를 뿐 모든 상황이 동남아항로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한일·한중항로의 운임 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부과기준율상 동남아항로처럼 8.5~10%의 과징금을 매겨야 하는 등급이다.
취항선사도 국적선사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한일항로에선 국적선사 14곳 외국선사 1곳, 한중항로에선 국적선사 15곳 외국선사 12곳이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특히 한중항로엔 카페리선사 2곳이 껴 있다. 공정위 조직도 전혀 변화가 없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선 한일·한중항로 전원회의도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관심은 한중해운협정에 근거해 관리해온 한중항로에 공정위가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다. 동남아항로와 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 중국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 양국의 국제조약을 공정위가 하루아침에 뒤집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 판단을 빌미로 중국정부는 국적선사에게 보복 조치를 취하는 한편 우리정부가 강력히 반대해온 항로 개방 카드를 꺼내들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한중 전원회의에서도 동남아항로에 준하는 수준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여 동남아항로 결정에 이의 신청을 하는 게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단을 받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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