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중항로를 대상으로 한 운임 담합 조사 보고서를 발표해 선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한중항로와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이 부당 공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한중항로에선 황해정기선사협의회 소속 27곳의 회원사가 피심인으로 지정됐다. 국적선사 15곳, 중국선사 12곳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심사보고서에서 선사들이 해당항로에서 거둬들인 매출액과 과징금 부과기준율이 빠졌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동남아항로와 달리 과징금 부과 금액을 특정하지 않은 셈이다.
과징금은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을 곱한 값으로 산정된다. 동남아항로 심사보고서엔 ‘매출액의 8.5~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이를 근거로 국적선사에 5600억원, 외국선사에 2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한중항로와 한일항로 보고서엔 이 같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 빠진 것으로, 굉장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다만 해운사들은 과징금 부과비율은 동남아항로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한중항로와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해운사들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내용이 심사보고서에 담겼기 때문이다. 부당 공동행위 심사에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8.5~10%의 부과 기준율을 적용해야 하는 등급이다.
공정위는 아울러 해운사에 이달 15일까지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토록 하는 한편 오는 27일과 28일 각각 한일항로와 한중항로를 대상으로 전원회의를 연다고 통보했다.
선사들은 이에 맞춰 의견서를 모두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갑자기 전원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전원회의 연기 배경을 두고 상하이 봉쇄에 따른 중국선사들의 방어권 보장 차원이란 의견이 나오지만 한편으로 정권 교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란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중항로 물동량은 상하이항 봉쇄 여파로 감소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11% 감소한 31만9000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10% 감소한 13만6000TEU, 수입화물은 12% 감소한 18만3000TEU로 각각 집계됐다.
남중국까지 포함하는 관세청 통계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서 발표하는 데이터와 다소 차이를 띠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비슷하다.
선사 관계자는 “상하이시 봉쇄로 화물차의 항만 출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체적인 물류처리가 다 같이 늦어지고 있다”며 “선박 운항 일정도 일주일가량 지연되기 일쑤여서 물동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운임도 약세를 띠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발 부산행 수입항로 운임은 4월15일 현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4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14일 사상 최고치인 456달러를 기록한 뒤 약세로 돌아서 2월 말 300달러대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시나브로 하락하고 있다.
수출운임은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적선사들의 부산-상하이 구간 해상운임은 50~150달러 선이다. 하지만 일부 선사는 100달러에서 50달러로 인하한 요율을 신고하는 등 전체적으로 낮은 운임을 부과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HMM은 가장 높은 150달러를 고수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