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조적 조치가 부과된 국내 대형 항공사 간 결합으로선 최초의 사례다. 공정위는 결합 이후 일부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도록 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등 여러 조건을 붙였다. 대형 항공사의 슬롯과 운수권을 저비용 항공사(LCC)에 배분해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합병이 마무리되려면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 필수신고국의 승인도 받아야한다. 공정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미국 등 6개 경쟁당국의 결론이 모두 나오면 이를 반영해 시정조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지 1년 1개월 만에 조건부 승인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그간 공정위는 심사전담팀 구성, 여객·화물 분야 경제분석 실시, 해외 경쟁당국과 협의, 노선별 경쟁제한성 검토 및 시정조치방안 마련 등 여러 심사과정을 거쳤다.
특히 이번 건에 대한 시정조치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선 항공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국토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실무협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공정위는 결합심사를 진행하면서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운영하는 국제선 총 65개 중 26개 노선, 국내선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내외 여객노선에 대해선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 등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 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기까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치 대상 각각의 노선에 대해 운임 인상 제한 및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조치 등을 병행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구조적 조치는 당해 노선에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이 이뤄져야 실제 효과가 나타난다. 앞으로 공정위는 항공당국·이행감독위 등과 함께 시정조치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동남아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선 슬롯 외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국내 LCC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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