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 한중 카페리항로 물동량이 20%에 이르는 성장률을 신고하며 사상 최초로 60만TEU 고지를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15개 카페리항로에서 지난해 실어나른 컨테이너 물동량은 67만1100TEU를 기록, 2020년 55만9400TEU에서 20% 늘어났다. 수출은 16% 늘어난 22만5600TEU, 수입은 22% 늘어난 44만5500TEU였다.
코로나발 보복 소비와 원양항로 거점인 상하이항과 선전항의 물류 적체를 배경으로 한중 카페리 운송 수요는 1990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60만TEU를 훌쩍 넘어섰다.
시황 호조는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았다. 월간 실적에서 9월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띠었다. 특히 1월과 2월엔 전년도의 극심한 수요 부진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각각 45% 35% 폭증하는 성과를 냈다.
물동량 급증에도 운임은 제자리
노선별로 보면 15개 항로 중 상위 4개 항로가 6만TEU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항로에서 6만TEU 실적을 거둔 건 2013년 위동항운에서 운항하는 인천-칭다오 노선이 6만800TEU를 기록한 뒤 8년 만이다.
지난해 1위는 일조국제훼리의 평택-르자오 노선이 차지했다. 이 항로는 30% 늘어난 6만7600TEU를 수송하며 라이벌인 화동해운의 인천-스다오 노선을 제치고 2019년 이후 2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아왔다.
인천-스다오 노선은 20% 늘어난 6만5700TEU로 선전했지만 30%대 증가율을 찍은 일조국제훼리에 밀려 순위 하락을 맛봤다. 위동항운의 인천-칭다오와 인천-웨이하이 노선은 각각 25% 늘어난 6만4500TEU, 7% 늘어난 5만4100TEU로 3위와 5위에 올랐다. 연운항훼리의 인천-롄윈강 노선은 14% 늘어난 6만300TEU로 4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연태훼리의 평택-옌타이 노선이 42% 늘어난 5만3800TEU, 영성대룡해운의 평택-룽청 노선이 39% 늘어난 4만9200TEU, 연운항훼리의 평택-롄윈강 노선이 43% 늘어난 4만44300TEU를 기록, 40% 안팎의 성장률을 거뒀다.
또 석도국제훼리의 군산-스다오,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 노선이 20%대, 한중훼리의 인천-옌타이, 진인해운의 인천-친황다오 노선이 10%대로 물동량을 늘리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신고했다.
한중 카페리항로 성적은 새해 들어서도 강세를 띠고 있다. 1월 물동량은 12% 늘어난 6만3800TEU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갔다.
물동량은 크게 늘어났지만 운임은 회복세가 더뎌 선사들은 지난 한 해 영업실적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한중카페리 수출운임(단기 계약 기준)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과 중국 산둥성을 운항하는 항로 운임은 1년 이상 300~35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 같은 대형 화주 운임은 이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지난해 11월 이후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선사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사들이 운임회복에 나서면서 카페리선사들도 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대형화주 요율을 소폭 올렸다”면서도 “컨테이너선에 비해 전체적인 요율 폭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운송 중단 장기화에 연료비 3배 폭등
코로나19 확산 이후 핵심사업 중 하나인 여객 수송이 휴업 상태란 점도 큰 리스크다. 선사들은 2020년 1월 말부터 여객 운송을 잠정 중단한 뒤 2년 째 여객을 단 한 명도 태우지 못하고 있다.
매년 100만명 안팎을 기록하던 여객 실적이 끊기면서 한중카페리항로 전체 매출액은 1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선별로 평균 70억원 안팎의 수익 감소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잇따른 변이바이러스 출현으로 여객 운송 재개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카페리선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도 걱정거리다. 저유황유(VLSFO) 가격은 올해 들어 700~800달러 선까지 인상됐다. 2020년께 300달러대에 머물다 최근 2~3배가량 폭등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선사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저유가 시대가 저문 것이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연료비 지출이 2020년에 비해 35% 상승했다”며 “물동량이 20~30% 늘어났다고 하지만 비용은 더 크게 올라 수지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항을 취항하는 선사들에겐 신국제여객터미널 하역료 인상도 여전히 큰 부담 요인이다. 하역사들은 신터미널 임대료가 크게 오른 점을 들어 75%에 이르는 요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두 배 가까운 인상률을 제시하다보니 하역료 협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선사 몇 곳을 제외하고 여전히 종전 요율로 하역 거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소급 적용을 조건으로 하역료 협상이 타결된다면 선사들은 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한 2020년 6월 이후 약 1년 6개월치 하역료를 추가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대표는 “여객을 태우는 배가 여객을 전혀 싣지 못하고 반쪽짜리 사업을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화물이 아무리 많이 늘어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결국 코로나가 끝나고 예전처럼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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