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항로에 취항 중인 우리 컨테이너선사들의 해운 공동행위에 대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일본 및 유럽 대형선사들에 대한 조사나 심사가 누락돼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국내외 선사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공정위가 일본과 유럽 등 선진 해운강국의 해운기업은 조사 대상에서 누락한 사실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공정위는 국적선사 12곳, 해외선사 11곳 등 총 23개 기업을 대상으로 3년에 걸친 조사를 벌여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를 냈으나 정작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프랑스 CMA CGM, 일본 3대 선사인 NYK MOL 케이라인 등 총 20곳의 외국선사는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외국선사가 실어 나른 물동량은 우리나라 중소선사 수송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전원회의에서 참고인과 선사 측 변호인들은 일본과 유럽선사들이 조사에서 누락된 건 공정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정위 심사관은 향후 문제 소지가 있으면 추가 조사하겠다는 입장만 피력해 빈축을 샀다.
공정위 심사관이 화주와 협의가 미흡했다는 모호한 이유로 선사 공동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라 화주단체인 무역협회와 서면 협의 절차를 거쳤다. 하지만 공정위 측은 서면 협의를 인정하지 않고 선사들이 화주와 사전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화주 사전 협의 제도는 오래 전 물동량이 적어서 선박 운항 빈도가 한 달에 1~2번에 불과하던 때 사용하던 방식으로 외국에서도 10여년 전 모두 폐기됐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한 번에 수만 건의 선적이 이뤄지는 상황에선 모든 수송거래를 일일이 사전 협의를 할 수 없을 뿐더러 협의하더라도 화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화주와 사전 협의를 요구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날 전원회의에 참석했던 해운사 관계자는 “선사들은 전원회의에서 공동행위로 화주에게 손해보다 편익이 제공됐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했지만 위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며 “심사관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말로만 주장할 뿐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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