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러 수출항로는 전 세계적인 해운경기 호황에 힘입어 물동량 강세가 지속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대란으로 선복난이 심화되면서 운임이 크게 올랐다. 항만 적체로 인해 선박 운용이 차질을 빚었는데 특히 하반기 들어 더욱 빈번해졌다.
1월부터 11월까지 부산발 극동 러시아행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28만1200개를 실어날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7%나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스토치니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선 현상이 덜했던 블라디보스토크행 물동량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주 평균 물동량은 3940TEU로 블라디보스토크행은 3314TEU, 보스토치니행 화물은 3077TEU를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2.9%, 38.5%의 성장세를 보였다. 블라디보스토크행 물동량은 1월 9천TEU에서 시작해 8월 1만8천TEU로 정점에 달했다가 선박들의 체류 시간이 길어져 물량이 빠지면서 11월 1만2천TEU를 기록했다.
보스토치니행 물동량은 5월 2만800TEU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항만 장비 고장과 전산 교체 작업 등으로 인해 하반기 들어 소강 상태를 보였다. 이에 취항선사들은 수출 쿼터제를 실시함에 따라 8월 1만4400TEU, 9월과 10월 1만3200TEU, 11월 9600TEU를 기록하는 등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한러항로 수출운임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선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연초 TEU당 1100달러 수준에서 한 달 만에 2천대를 넘어섰고 상반기 끝날 무렵에는 3천달러를 돌파했다. 하반기에도 운임 상승세는 이어지면서 12월 중순 약 6천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월초와 비교해 5.5배 인상된 것이다.
한러항로의 호황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을 이용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유럽항로의 선복난이 지속됨에 따라 TSR을 대체운송 수단으로, 자동차 부품과 석유화학제품 등의 품목을 많이 선적했다. TSR을 이용할 경우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해상운임과의 격차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동영해운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극동러시아 항로에 신규 진출했고, HMM 장금상선 등은 시나브로 임시선박을 투입해 물류 대란에 숨통을 틔어주기도 했다.
한러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A선사는 “항만 적체가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데다 동절기 결빙으로 인해 컨테이너 처리 지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동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운임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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