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환적컨테이너에 안전운임을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해운업계와 겨룬 소송에서 잇달아 패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해운업계가 제기한 2020년 환적컨테이너 안전운임 취소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에 환적컨테이너를 포함한 2020년 안전운임 고시는 화물자동차법상 안전운임 대상인 ‘수출입 컨테이너’를 임의로 확장한 것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해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아들자 곧바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 고시가 법률에 근거 없이 행정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안전운임 부과 대상에서 환적컨테이너를 제외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 요지다.
환적화물 안전운임 취소 소송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한성라인 흥아라인 SM상선 HMM(옛 현대상선) 등 국적 컨테이너선사 13곳이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국토부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정소송 절차상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국토부는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단을 받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올해 부과된 환적화물 안전운임도 취소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월 2021년 부산항 환적컨테이너 안전운임 고시 취소 소송에서도 “비합리적인 방식과 객관성이 결여된 수치를 적용하고 과다 산정돼 위법하다”고 2020년 안전운임 소송과 같은 판결을 내놨다.
안전운임고시는 매년 새롭게 제정되기 때문에 그해 안전운임을 취소하려면 별도로 소송을 해야 한다.
해운업계는 국토부가 이 같은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고 내년에도 환적컨테이너에 안전운임을 부과하는 고시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달 발표된 ‘환적컨테이너 화물차주 원가 조사 결과’ 보고서에 환적화물엔 필요치 않은 ‘내품 상하차 작업시간’이 안전운임 산출 근거로 포함되고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는 차량 이동거리와 공차운행률 데이터가 사용돼 논란을 샀다.
외항해운 단체인 한국해운협회는 “법원에서 환적화물에 안전운임을 부과하는 건 위법하다고 세 차례나 판결한 데다 원가조사 자료도 객관성이 결여돼 현재의 안전운임 체계는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다”며 환적화물을 안전운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국토부는 내년도 안전운임 고시에도 환적화물을 포함시킬 계획임을 시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환적화물이 수출입컨테이너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포함이 안 된다고 주장해서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안전운임은 다음달까지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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