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문성혁 장관과 엄기두 차관 등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사 공동행위를 불법 담합으로 규정하고 과징금 부과 의견을 낸 것을 놓고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바탕 난타전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열린 공정위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공정위의 해운사 과징금 부과가 한국 해운산업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날 국감엔 한국무역협회 이관섭 부회장과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은 “전경련 조사에서도 (수출기업의) 90%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너무 과하다고 했다”며 “산업계 자체를 도산시키려고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공정위를 질타했다.
박 의원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불법적인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법 적용이다.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 데 공감하지만 법을 지키면서 제도적인 환경 안에서 해운재건을 하고 성숙한 해운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하자 “공정위가 경제기획원 밑에 있을 땐 전체적인 그림을 봤지 공정거래만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걸 명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정위, 전체 산업도 같이 봐야”
박 의원은 또 해운법 개정안에 대한 무역협회의 입장이 바뀐 것을 두고 공정위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무역협회가 8월6일 해운법 개정안 의견을 냈다가 13일 수정 의견을 냈는데, 일주일 만에 의견이 바뀐 이유가 뭐냐”고 이관섭 부회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 부회장은 “특별한 의견이 있는 건 아니다”며 “당초 해운법 개정안에 있는 선사 공동행위를 무조건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은 화주 권익을 저해할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공동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협회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공정위와 접촉이 있었나. 무역협회장이 LS그룹 회장이라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박 의원 물음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정기 카르텔 조사국장의 말은 달랐다. 그는 “무역협회와 전화 연락을 8월 중순께 했고 직접 미팅도 8월 중에 두 차례 했다”며 “7월 말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농해수위 전문위원과 발의한 의원 등에게 설명하러 다녔는데 화주 쪽에선 의견이 없다는 말을 해서 의아해서 화주 쪽에 전화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부산 동래)은 “해운법에도 해운사 공동행위 처벌 조항이 있는데 그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공정위가 문어발식으로 이쪽저쪽 우리나라 산업을 무작위로 조사하는 게 옳은 거냐”고 공정위의 무리한 과징금 부과를 힐책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해운업에서 허용하는 공동행위는 절차적인 요건과 내용상의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위가 불법적인 공동행위에 법 집행을 하는 거란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서울 도봉을)은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서 해수부에 신고한 19건의 공동행위를 화주협의회와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했지만 화주협의회는 동정협의 운임 협의 공문에 대부분 무대응으로 일관해 실질적인 협의가 부족했다고 해수부 보고서에 나온다”며 “가격 담합을 두고 운송사와 무역협회가 실제 협의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이관섭 부회장에게 물었다.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사들의 공동행위도 불법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실질적인 협의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현행법상 규정한 형식적인 요건은 갖췄다”고 잘라 말했다.
해수부가 해운사 관리 못한 게 사태 원인
이틀 뒤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국감에선 컨테이너선사 공동행위를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이 해운사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해수부를 질책했다.
위 의원은 “해운사의 담합 행위를 해운법에 의해 관리하는데 해수부는 관련 운영 지침이 있느냐”고 물은 뒤 해수부 문성혁 장관이 “없다. 용역을 통해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그동안 해수부가 관련 행위에 대한 매뉴얼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매뉴얼도 없어서 이제야 용역을 하겠다는 이 사태가 안타깝고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지금까지 (해운사가 담합 행위로) 한 번도 고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 매뉴얼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공정위가 (해운사가) 신고하지 않은 게 120건이라고 하고 있는데 그걸 공동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게 해수부 입장이냐”는 위 의원 질문에 “공정위가 조사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9건의 (해운사) 신고가 있었는데, (신고하지 않은 120건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해운법 개정안을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킨 것을 언급하며 “공정위가 오버한다는 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해수부가 제재할 수 있는 권한과 기능을 갖고 있는데 과거부터 해오지 않은 일을 (공정위가) 덤벼서 해수부 업무를 침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무위 김희곤 의원과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공정위 과징금이 “동남아항로에서만 8000억원이고 한일항로와 한중항로까지 포함하면 조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며 “소규모 선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어 한진해운 사태가 다시 또 올 수 있고 (우리나라가) 과징금을 매기면 제3국에서 (보복) 과징금을 매기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한진해운이 도산해서 오랜 기간 얼마나 국익에 손실이 있었고 애로사항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다신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운법 개정안이) 법사위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장관은 “한진해운 파산이란 아픈 기억이 있고 저희가 학습효과를 잊지 않고 있다”며 “해운법 개정안 관련해서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고 이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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