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가 하락한 시기에 수주한 선박들이 지난달 대거 인도되면서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월 선박 수출액은 13억6900만달러(약 1조5200억원)로 전년 동월 16억800만달러 대비 15% 후퇴했다. 과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잇달아 수주한 선박들이 지난달 대거 인도됐다.
해상운임 상승으로 컨테이너선 중심의 글로벌 발주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월엔 선가가 낮은 시기에 주로 수주한 선박들이 대부분 통관되면서 선박 수출액이 일시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품목에서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인 선박은 대부분 2∼3년 전 수주한 것으로 올해 수출 흐름과는 관련이 적다”고 설명했다.
5월 총수출액 56조 달성 ‘사상최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15대 주력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14개가 증가하면서 훨훨 날았다. 특히 세 달 연속 총 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5월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5월 수출액은 45.6% 증가한 507억3000만달러(약 56조4400억원)를, 무역수지는 29억3000만달러로 1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5월 수출은 32년 만에 가장 큰 폭을 증가했으며, 2개월 연속 수출이 40%대를 기록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일평균 수출도 49% 증가한 24억2000만달러를 기록,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4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일반기계·자동차·석유화학·석유제품·철강·선박·무선통신기기·차부품·섬유·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이차전지·가전·컴퓨터 등 14개 중 13개는 3개월 이상 연속 증가하며 상승일로를 걸었다.
우리나라 수출액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스마트폰 5세대(5G) 이동통신 본격화, 응용처별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고정가격 상승, 노트북 판매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4.5% 증가한 100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11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100억달러를 돌파한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은 주요국 경기회복으로 전방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94.9% 늘어난 45억7000만달러, 석유제품은 수출 단가 상승과 항공유 수출 증가로 164.1% 폭증한 70억달러를 각각 일궜다.
일반기계는 주요 품목인 가공기계와 밸브 등 수출 호조로 25.9% 늘어난 42억8000만달러, 자동차는 판매 호조와 친환경차 수출 단가 강세로 93.7% 증가한 34억9000만달러, 차부품은 자동차 판매 시장 활성화로 182.3% 증가한 18억2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또 다른 주요 수출 품목인 철강은 건설·자동차 등 전방산업 경기가 대폭 개선되면서 62.9% 개선된 28억9000만달러, 가전은 우리 기업의 프리미엄제품 판매 호조와 新가전 제품출시 등으로 89.4% 증가한 7억1000만달러를 냈다. 이 밖에 무선통신 섬유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의 실적도 개선되며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
지역별로는 수출액이 가장 많은 대(對) 중국 수출이 철강,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등이 선전하면서 전년 대비 22.7% 늘어난 131억9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두 번째로 높은 수출액을 기록 중인 對 아세안(동남아시아)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등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64.3% 신장한 87억1000만달러를 냈다.
對 미국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62.8% 증가한 74억7000만달러, EU(유럽연합)는 자동차 일반기계 무선통신기기 등이 신장하면서 62.8% 증가한 49억달러를 일궜다.
이 밖에 일본은 32.1% 신장한 23억5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반도체 차부품 석유화학 등의 수출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중동은 4.3% 증가한 10억5000만달러, 인도는 152.1% 증가한 10억달러, 중남미는 119.3% 증가한 20억4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수입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우리나라의 수출입 모두 순조로운 5월을 보냈다. 우리나라의 5월 수입액은 전년 대비 37.9% 증가한 478억1000만달러(약 53조4500억원)를 달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차산품 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경기 회복으로 중간재·자본재·소비재 수입이 상승세를 지속했다.
산업부 문승욱 장관은 “올 들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내용 면으로도 우리 수출의 펀더멘탈이 더욱 견고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동안은 반도체 자동차 같은 주력 품목들이 우리 수출을 이끌고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의 신성장 품목이 뒤를 받쳤다면, 이제는 우리 수출의 허리인 중간재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2개월 연속 50% 이상 증가하며 모든 품목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과 물류 차질 등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관계부처와 함께 철저히 대응하는 한편, 무역금융, 비대면 마케팅 등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2021년이 수출 반등을 넘어 새로운 수출 도약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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