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항만의 극심한 물류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예약시스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트라 우은정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로 물류 인력이 줄어든 반면 터미널 컨테이너 픽업·반납 예약시스템이 늘어난 물동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미국 수입 물동량이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현지 항만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초점을 맞춰 터미널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全 산업 공급망 마비로 ‘몸살’
코로나19 충격에 항만의 적체에 따른 공급망 마비로 미국의 모든 산업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2~3월 어느 정도 적체가 해소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우은정 무역관은 미국 항만 적체 원인을 가장 먼저 코로나 팬데믹으로 들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출현 이후 화물 운송에서 가장 핵심인 인력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게 현재의 물류 지연과 항만 적체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컨테이너 상·하역, 항만 시스템 예약 일정 관리·조율, 섀시와 공컨테이너 적재, 트럭기사 등 물류 프로세스에서 한 곳에서라도 물류 차질이 생기면 항만의 모든 업무는 ‘올스톱’된다. 특히 항만의 경우 직원 한 명이라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터미널 전체가 일정 시간 폐쇄될 수 있다.
터미널 봉쇄가 수많은 정박지의 하역과 픽업 작업뿐만 아니라 공컨테이너 반납을 위한 트럭기사들의 터미널 진입까지 중단시키기 때문에 물류 지연에 큰 원인이 된다는 게 우 무역관의 설명이다.
올 들어 미국 서안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LB)항은 1000명을 웃도는 확진자가 발생하며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만 1100명에 육박했다.
결국 인력 공백으로 하역이 늦춰지면서 컨테이너선 30척 이상이 인근 해상에서 대기하는 등 항만 혼잡이 심화됐다. LA 롱비치 등 서안에서 시작된 항만 적체는 동안으로 번지며 미국 전역에서 물류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
LA항 관계자는 “코로나로 1800여명의 항만 노동자가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항만의 노동력이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만에서 화물을 실어 날라야 할 트럭도 잇따라 멈춰섰다. 현지 물류업계에 따르면 트럭 10대 중 3대가량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을 향한 두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실업 수당 등 금전적 지원도 최전방 트럭기사들의 업무 복귀 의지를 낮췄다.
컨테이너 픽업에 최대 10시간 걸려
물량은 늘어난 반면 항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LA항의 예약제가 비용 증가와 물류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터미널 예약은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를 픽업하는 ‘로드(Load) 예약’과 화물 수송이 끝나고 공컨테이너를 반납하는 ‘리턴(Return) 예약’으로 나뉜다. 한 화물당 두 번의 예약이 필요하면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럭 운송사나 이를 조율하는 물류기업들이 터미널 예약을 마치 전쟁처럼 치르고 있다는 게 현지 물류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예약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픽업과 반납 지연은 불가피해졌고 심각한 비용 문제로 이어졌다. 실제로 HMM CMA-CGM 양밍해운 등 대부분 선사들의 공컨테이너 픽업과 반납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여러 트럭 기사들이 한 컨테이너를 픽업하는 데 최소 5시간에서 최대 10시간까지 걸렸다”며 “터미널 상황에 따라서 트럭기사들이 컨테이너를 픽업하지 못하는 사례도 계속 늘어났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픽업과 반납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 크게 두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우선 체화료(디머리지)는 3일 안에 컨테이너 픽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일 평균 약 250달러를 선사에게 지불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선사가 부과하는 체선료(디텐션)로 보통 4일 이내에 컨테이너를 반납하지 못할 경우 일일 평균 약 1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우 무역관은 현지 물류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터미널 예약 가능 일정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기한 내에 컨테이너 픽업과 반납 예약을 잡을 수 없는 데다 두 비용이 물류운송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수입 ‘컨’ 1166만TEU…23% 증가 전망
이런 가운데 올 한 해 북미 항만 수입 물동량은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억눌린 수요가 소매 판매를 중심으로 증가할 거란 분석이다.
코트라 임소현 미국 뉴욕무역관은 최근 미국 수입 증가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소매협회(NRF)와 해켓어소시에이트가 공동조사한 글로벌 포트 트랙커를 인용해 백신 접종 증가와 소매 매장 내 추가적 안전조치로 오프라인 쇼핑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미국 주요 항만을 통한 수입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포트 트랙커는 올해 상반기 미국 수입 물동량이 전년 대비 23.3% 증가한 1166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부분 시설이 문을 닫아 수입이 현저히 감소했던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된다는 설명이다.
올해 1~7월 매달 물동량 증가세가 지속되는데, 2~6월엔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2월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24.5% 증가한 188만TEU, 3월은 44.5% 폭증한 198만TEU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4~6월엔 평균 20% 이상의 증가를 지속하다 7월엔 5.2%의 한 자릿수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포트 트랙커는 관측했다.
미국소매협회는 올해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고 경제가 재개되면서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8.2% 증가한 4조33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임 무역관은 “미국의 소비자 수요 증가로 올해도 미국 소매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 기업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력 축소 문제와 항만에서의 구조적인 문제 등 현재 미국 서부 해상 물류업계가 직면한 상황은 매우 복잡해 보인다.
우 무역관은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다. 현재 다수의 국가에서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지금의 물류지연 사태 역시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LA항 관계자는 “현재 항구 및 터미널 근무 인력의 백신 접종에 초점을 맞추고 터미널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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