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운임이 큰 폭으로 올랐다. 취항선사들은 물동량 약세에도 선적상한선(실링)을 바투 쥐는 전략으로 운임 회복에 성공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 공표운임은 일부 외국선사를 제외하고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50달러를 호가한다. 한 달 전의 150달러에서 100달러가량 상승했다. 고려해운과 장금상선 흥아라인은 275달러,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천경해운 팬오션은 260달러를 신고했다. 공표운임이 ±10%의 오차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실제 적용되는 운임은 250달러 안팎으로 풀이된다. 수입운임은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수출항로 운임이 200달러를 넘어선 건 한일 무역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19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250달러를 웃돈 건 2011년 이래 10년 만이다. 한일항로 수출운임은 실링제도가 도입된 2008년 3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10년께 250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2015년 이후 200달러선을 유지하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으로 150달러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선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운임공표제 개편 후유증이 표면화되면서 100달러가 붕괴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선사들은 시장 악화의 원인을 공표제 개편으로 보고 제도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장에선 선사들의 이전투구식 저가 경쟁이 근본원인이란 지적이 강하게 나왔다.
결국 4분기 들어 선사들이 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으면서 운임은 150달러선을 회복했고 이달 들어 250달러까지 인상됐다. 선사들은 당초 운임인상(GRI) 폭을 50달러 수준으로 구상하다 다른 항로 운임이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해 인상 폭을 2배 높여잡았다.
선사들은 실링을 전통적인 성수기에도 강화함으로써 운임 회복에 힘을 실었다. 올해 2기(3~4월) 실링은 80%다. 이 기간은 한일항로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시기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선사들은 매년 실링을 90%대 이상으로 유지해왔다. 2019년 3~4월 실링은 98%였다. 하지만 지난해 운임을 단속하는 차원에서 86%로 정한 데 이어 올해는 운임 회복을 위해 80%로 더욱 조였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 운임이 500달러를 웃돌 만큼 강세를 띠는 상황에서 한일항로 운임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건 아니지만 공급을 조절하고 화주들에게 운임 회복의 당위성을 설명함으로써 비교적 인상안이 쉽게 시장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수요는 수입화물의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의 심각한 약세에서 벗어났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1~2월 한일항로 수송 물동량은 28만360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만1400TEU에서 1% 성장했다. 수출화물은 4% 감소한 5만4300TEU, 수입화물은 9% 늘어난 4만9800TEU, 환적화물은 소폭(0.1%) 성장한 17만95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1월 10% 늘어났다가 2월엔 16% 감소하는 널뛰기 행보를 보인 반면 수입화물은 1월에 18%, 2월에 3% 늘어나는 호조를 이어갔다. 환적화물은 1월 4% 감소한 뒤 2월 5% 늘어나며 반등했다.
한편 남성해운은 일본 지방항 강화에 나선다. 한중일 펜듈럼항로인 NCH와 NCJ를 개편해 오이타와 시미즈 히비키나다를 새롭게 취항한다. 또 파트너사인 고려해운이 독점영업해왔던 이시카리와 가나자와에서 집화영업을 시작한다. 단독 노선인 BJ1에서 호소시마와 시부시를 서비스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