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설) 이후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 유럽항로 시황이 여전히 강세다. 아시아발 유럽행 수요가 예상을 웃돌고 있는 가운데, 컨테이너 박스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게 운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선사들은 이달에도 100%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을 기록했다. 선사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중국으로 선복이 대거 할당되며 우리나라 화주들의 수출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항로에서는 임시선박 투입을 결정한 선사들의 행보가 잇따라 포착됐다. HMM(옛 현대상선)은 오는 4월 중순 인도할 예정이던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다음 달 유럽항로에 조기 투입한다. 국내 수출기업들의 원활한 물류를 돕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인 HMM은 나머지 6척도 올해 6월까지 순차적으로 넘겨받아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항로에 배정할 예정이다.
HMM은 올해 1월 말 미주에 이어 유럽에도 5000TEU급 임시선박을 처음으로 투입한 바 있다. 프랑스 국유철도(SNCF) 물류자회사인 지오디스는 선복 부족 여파가 지속되자 배를 직접 띄웠다. 이 회사는 1000TEU급 선박 2척을 용선, 첫 번째 선박이 최근 함부르크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2번째 선박은 이달 상하이에서 출항할 예정이며, 수요에 따라 3번째 선박도 유럽항로에 배선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중국 선사 CU라인은 독일 화주인 크로스스탭과 공동으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컨테이너항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선사는 중국 서커우와 옌톈, 홍콩과 로테르담과 함부르크를 연결하는 컨테이너항로를 2월 초 시작했다. 2700TEU급 <라일라>호를 용선 투입해 선복 부족에 대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운업계에 따르면 2월 초 유럽행 주간 선복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5.3%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운임은 중국 춘절 이후에도 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2월19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281달러를 기록, 전월 4413달러에서 132달러 하락했다. 전주와 비교하면 172달러 상승했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은 전달 4296달러에서 소폭 하락한 4252달러로 집계됐다.
물동량은 1년 8개월 만에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거뒀다. 공장들이 빠른 속도로 조업을 재개하며 유럽향 수요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부터는 유럽 내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고 이동 제한이 점차 완화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물동량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구, 생활가전, 장난감, 게임기 등과 더불어 방역용품과 생필품 위주로 수요 강세가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한 136만4000TEU를 기록했다. 11월 월간 실적으로는 역대 최대다. 선적지별로 보면, 중화권지역이 18% 증가한 103만3000TEU를 달성했다.
동북아시아는 2% 증가한 14만7000TEU였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2% 감소한 18만4000TEU에 머물렀다. 1~11월 누계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1430만TEU였다. 유럽 54개국발 아시아 16개국행(수입항로) 물동량은 8% 증가한 74만3000TEU를 기록했다.
항만 통합도 이달 유럽항로의 화두 중 하나였다. 벨기에 앤트워프와 제브뤼헤 2개 항만은 최근 경영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으로 두 항만은 화물처리뿐만 아니라 디지털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앤트워프항은 컨테이너 외에 재래화물과 석유화학제품을 주로 취급하며, 제브뤼헤항은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항만이며, 액화천연가스(LNG) 환적 거점이기도 하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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