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이 흥아해운의 백기사로 나섰다. 흥아해운은 22일 장금상선이 채권단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흥아해운은 지난 연말 STX컨소시엄이 흥아프로퍼티에 빌려준 장기대여금 310억원이 부실채권이란 이유로 인수합병(M&A) 계약을 해지하자 다른 인수 희망기업을 물색해왔다.
차순위협상대상자였던 KSS해운과의 거래가 잘 될 것으로 보고 이달 21일까지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 기한을 연장했지만 KSS해운 측은 지난 연말 인수 의사가 없다는 점을 최종적으로 통보했다.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관심을 보이지 않아 흥아해운의 운명이 기로에 서 있던 상황에서 장금상선이 정부와 해양진흥공사 지원을 조건으로 워크아웃 마지막날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장금상선은 2019년 말 통합한 컨테이너선에 이어 탱크선까지 인수하면서 흥아해운 전체 사업부문을 손에 넣게 됐다. 장금상선은 1년여 전 400억원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컨테이너선사업을 인수해 흥아라인을 출범시켰다.
흥아해운 채권단은 장금상선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함에 따라 흥아해운의 공동관리(워크아웃) 기한을 2주 연장했다. 워크아웃 마지막날인 2월4일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M&A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M&A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MOU(양해각서) 같은 절차는 생략했다“며 “본계약이 체결되면 워크아웃은 M&A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동 연장된다”고 말했다.
인수대금은 KSS해운에서 제시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KSS해운은 지난해 7월 입찰에서 STX컨소시엄보다 200억원 적은 1000억원을 써냈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차례나 인수가 무산된 데다 PK밸브도 매각되면서 회사 가치가 다소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장금상선은 본계약 전까지 채권단 해양진흥공사와 인수대금 규모를 비롯해 채무 조정, 인수 금융 규모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흥아해운 컨테이너선사업 인수 때처럼 선박 등의 현물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대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흥아해운은 STX컨소시엄에서 냈던 120억원의 계약금 중 일부를 중재 과정을 거쳐 반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계약금을 돌려받으려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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