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도는 해운물류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가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과적·과속을 금지하기 위해 화물차주에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12일 열린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 회의에서 2020년도 안전위탁운임·안전운송운임을 컨테이너는 km당 평균 2033원·2277원, 시멘트는 km당 평균 899원·957원으로 의결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고시했다. 화물연대는 최저입찰제와 다단계 하청구조 등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 과속·과적 및 살인적인 노동시간 등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8년 동안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운임이 적정 수준으로 오르면 차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될 뿐 아니라 과로·과속·과적 등도 크게 줄어 교통 안전이 제고될 거란 입장이다.
화물연대의 숙원이 현실화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해운물류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은 안전운임제가 부산신항 내 터미널 간 운송(ITT) 화물에 적용되면서 비용 상승으로 몸살을 앓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선사들의 운송비용은 종전보다 50~60%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선사들은 부산에서 환적 물량을 축소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이 정도로 운임 상승폭이 클 거라곤 예측하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단계적 적용을 주장했다. 선사 관계자는 “타부두 환적이 많아지면서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었는데 이번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부산항의 경쟁력이 한층 떨어지는 상황이 됐다”며 “부산항을 기항 노선에서 아예 뺄 순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환적화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1월 안전운임제 중 환적화물 안전운임의 기본틀을 바로잡아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협회는 건의서에서 환적화물 고시 구간을 신설하고 세분화하는 한편 편도운임 신설, 터미널 내 이동거리 검증 등 환적화물 안전운임의 기본틀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의 안전운임제는 논의 과정에 선사가 참여하지 않아 객관적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며 “환적화물 안전운임 고시에 실제 운행 구간이 명시되지 않은 데다 구간도 세분화 하지 않아 선사는 실제 운송거리보다 높은 운임을 부담하고 있고 운송사와 차주는 그만큼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와 중소운송사들도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유황유 할증료(LSS)에 안전운임제 시행,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발생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포워더를 화주 지위로 규정한 것도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을 준수해야 하는 수출입기업의 범위에 포워더를 포함해 법적인 오해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워더 관계자는 “우리를 화주 지위로 못을 박아버린 건 중간 운송주선업자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포워더를 모르고 한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결정”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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