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한일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물동량은 두 자릿수로 하락했고 운임은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42만9500TEU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의 160만700TEU에 견줘 10.7% 감소했다. 이 항로 연간 물동량이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띤 건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이 급격히 고꾸라진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수출입 환적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띠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31만3000TEU에서 올해 27만9700TEU로 11%, 수입화물은 지난해 27만800TEU에서 올해 23만3700TEU로 14% 감소했다. 환적화물은 101만6800TEU에서 91만6000TEU로 10% 뒷걸음질 쳤다. 월간 실적은 10개월 내리 마이너스 성장했다. 1월과 4월, 6~9월 등 총 6개월간 두 자릿수 후퇴를 신고했다. 특히 6월엔 21% 급감하는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수요 침체로 운임은 급전직하했다. 상반기 동안 100~150달러대를 유지하던 한일항로 수출 운임은 하반기 접어들면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선을 형성했다. 하지만 3분기 동안 신고만 하고 공표하지 않는 장기계약운임은 50달러선 아래를 형성했다. 선사들의 덤핑운임 경쟁과 화주들의 노골적인 요율 인하 압박으로, 이 기간 계약운임은 연초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입항로 운임은 30달러를 밑돌았다. 일부 선사들은 터미널조작료(THC)를 할인해주는 사실상의 마이너스운임을 수입항로에서 제시해 시장의 우려를 샀다. 유가할증료(BAF)마저 7월1일 이후 170달러에서 125달러로 인하되면서 전체 운임률은 더 큰 하향곡선을 그렸다. 선사들은 상반기의 저유가 기조를 반영해 BAF에 포함해 받고 있던 저유황할증료(LSS) 45달러를 하반기에 폐지했다.
장금상선에 인수된 흥아라인의 선적상한선(실링) 재산정을 두고 벌인 선사 간 갈등도 운임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흥아라인은 과거 흥아해운의 실링을 그대로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실링은 승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장금상선 계열사로 편입된 흥아라인의 실링을 새롭게 책정해야 한다는 경쟁 선사의 입장이 맞서면서 갈등을 촉발했다.
실링 해석을 놓고 벌어진 불협화음은 급기야 영업 경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일항로 운임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됐다. 결국 흥아라인이 흥아해운 시절보다 10%를 덜 싣기로 합의하면서 실링 갈등은 일단락됐다. 흥아라인 실링 건은 1년 후 물동량 실적에 따라 재검토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선사들은 운임이 바닥없는 하락세를 띠자 4분기 들어 강도 높은 공급 축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성수기인 10월 실링을 75%로 조정한 게 그것이다. 선사들은 당초 올해 3기(9~10월) 실링을 85%로 정했다가 운임 약세가 가속화하자 70%대로 떨어뜨렸다.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실링을 65% 선까지 축소해 300달러대 운임을 지켜냈던 선사들은 11년 만에 70%대 실링을 선보였다. 선사들은 올해 4기(11~12월) 실링도 79%로 정하면서 3달 연속 70%대를 유지했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11~12월에 실링을 70%대로 정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09년에도 이 기간 실링은 85%였다. 이로써 올 한 해 실링은 90% 선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강한 공급 삭감 드라이브로 운임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이후 외부에 공표되는 현물운임뿐 아니라 장기계약운임도 150달러선까지 인상됐다. 장기계약운임은 하반기 이후 5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공표운임에 수렴하는 추세를 보였다. 선사들은 기세를 몰아 새해부터 공표운임을 165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또 수입항로 부진으로 컨테이너장비 재배치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자 수출화물에 한해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달러의 컨테이너불균형비용(CIC)을 도입했다. 선사 관계자는 “실링을 강하게 조인 덕에 대부분의 선사들이 올해 마지막 두 달 동안 목표치보다 10% 이상 웃도는 물동량 실적을 내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운임 인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선사들은 일본 지방항 개척에 활발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금상선은 계열사 흥아라인과 니가타 사카타 아키타 하마다 가나자와 도야마 구시로 서비스를 잇달아 열었다. 고려해운 남성해운은 공동운항 방식으로 센다이 히타치나카를 기항지로 추가했고 고려해운은 자체적으로 미즈시마 마쓰야마 이마바리 히로시마 등 일본 지방항 콘솔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려 남성 천경 범주해운은 한중일 펜듈럼 노선을 통합해 CJ1을 새롭게 출범하기도 했다. 동진상선은 9월 말 인도 받은 1000TEU급 컨테이너선 <동진콘티넨탈>호를 일본 게이힌에 투입했다. 반면 HMM(옛 현대상선)과 SM상선은 3년간 진행해온 직영 셔틀노선을 3월 말부터 중단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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