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는 연초부터 미국의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살해 사건으로 정세가 크게 요동치며 불안정한 시황을 보였다. 선사들은 HMM(옛 현대상선)을 필두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약 35~55달러의 전쟁위험할증료(WRS)를 화주에게 부과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연초에는 할증료 부과로 1000달러를 상회하는 운임이 지속됐다. 여기에 임시휴항(블랭크세일링)과 중국 춘절을 겨냥한 밀어내기 수요가 맞물리며 선사들의 화물 적재율(소석률)은 90~100%를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코로나19와 이란 제재 장기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전반적으로 어두운 시기를 보냈다. 어려움에 직면한 선사들은 결국 결항을 실시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3월은 코로나19 사태로 ‘라마단 특수’가 사라져 약세 시황을 보였다. 4월23일부터 한 달 간 진행된 라마단은 선사들에게 별다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우리나라 황금연휴 기간에 앞서 나타날 밀어내기 물량조차 실종되며 코로나발 후폭풍이 본격화됐다. 수요 약세에 1000달러대를 상회하던 운임은 한달새 300달러나 빠졌다. 4월17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두바이행 운임은 TEU당 708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1015달러와 비교해 3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파키스탄 등 세 나라에서 라마단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확산되며 중동 해운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각국의 봉쇄 조치 강화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바이어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중동행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임도 500달러대가 붕괴됐다. 6월 두바이행 운임은 TEU당 430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656달러와 비교해 200달러 이상 하락했다. 중동항로 운임이 400달러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여름 휴가철 여파와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동항로는 9월 들어 추석을 앞두고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며 상승세를 보였다. 10월 선사들은 중국 국경절 연휴을 맞아 임시결항을 잇따라 실시하며 수요 공급 균형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10월 운임은 TEU당 1055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1079달러에서 24달러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0달러를 웃돌았다.
4분기엔 원양항로에서 심화된 컨테이너 장비 부족 현상이 중동에도 영향을 미치며 운임이 크게 상승했다. 12월11일 상하이발 두바이행 운임은 TEU당 1422달러를 기록, 전월 대비 200달러 이상 올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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