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컨테이너 안전운임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선주협회는 안전운임제 중 환적화물 안전운임의 기본틀을 바로잡아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25일 밝혔다.
화물차 안전운임이란 선사나 화주가 육상운송을 했을 때 내는 적정운임을 일컫는다. 올해 안전운임과 안전위탁운임은 km당 컨테이너화물 2277원 2033원, 시멘트 957원 899원으로 결정됐다.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선사들의 비용부담이 매우 커졌다. 부산항에서 신항 터미널 간 또는 북항과 신항 사이를 오가는 환적화물에 안전운임이 적용되면서 올해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이 지출한 트럭 운송 비용은 4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의 310억원에서 57%나 치솟았다. 수출입화물 운임 인상률이 12.5%인 점에 미뤄 안전운임제로 선사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협회는 전날 제출한 건의서에서 환적화물 고시 구간을 신설하고 세분화하는 한편 편도운임 신설, 터미널 내 이동거리 검증 등 환적화물 안전운임의 기본틀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현재의 안전운임제는 논의 과정에 선사가 참여하지 않아 객관적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며 “환적화물 안전운임 고시에 실제 운행 구간이 명시되지 않은 데다 구간도 세분화 하지 않아 선사는 실제 운송거리보다 높은 운임을 부담하고 있고 운송사와 차주는 그만큼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환적화물의 일반적인 운송형태는 편도 운송 후 도착지에서 다른 화물을 싣고 제3의 지역으로 연결 운송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시는 연결 운송이 없는 것을 전제로 편도운임을 고시하지 않고 2배에 달하는 왕복요금만 제시해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차량이 실제 운행하지 않는 거리의 요금까지 부당하게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미널 내 이동거리를 현실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안전운임위원회는 부산항 터미널 내 이동거리를 3.3km로 적용했다. 하지만 선주협회 확인 결과 실제 거리는 1.8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적화물 안전운임 적용이 장기적으로 국적 중소 컨테이너선사에 쏠릴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해외 대형선사들은 특정부두로 물량을 집중하거나 환적물량을 외국으로 옮겨 안전운임 부담을 회피하는 게 가능하지만 중소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은 이 같은 회피 전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안전운임제도가 물량이 감소하면 그에 맞춰 인상되는 구조로 설계돼 해외 대형선사가 이탈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상 부담이 중소 국적선사에게 전가될 거란 점도 걱정거리다.
협회는 “올해 한시적으로 지급되는 BPA 인센티브 50억원이 내년에 종료돼 선사들은 안전운임이 동결되더라도 5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 급격한 인상액을 감내한 해운업계를 배려해 내년엔 안전운임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현재 환적화물까지 적용한 안전운임 고시의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률 자문 결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안전운임 대상이 수출입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돼 있음에도 환적화물까지 운임을 적용한 건 법률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특히 2020년 화물차 안전운임 고시가 환적화물 안전운임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선사의 의견 청취나 동의 없이 결정한 절차적 하자와 수출입화물보다 인상률이 4.5배 높게 적용된 재량권 일탈 및 남용 등의 위법 사항이 포함됐다는 평가다.
취소 소송 판결은 내년 1월께 나올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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