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선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다 한일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진에 빠졌던 한일항로가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물동량은 여전히 약세지만 선사들이 선적상한선(실링)을 강화하면서 수급이 균형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공표되는 현물운임뿐 아니라 정부에 신고만 하고 외부 공표되지 않는 장기계약운임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계약운임은 하반기 이후 선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한 때 5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부터 다시 공표운임에 수렴하는 추세를 띠고 있다. 화주들이 약세를 띠어온 계약운임으로 대거 갈아타면서 이 운임은 현물운임을 대신해 한일항로에서 시장 운임으로 자리 잡았다.
수입항로 운임은 50달러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수입항로에선 일본 불매운동 여파 등으로 화주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선사들이 터미널조작료(THC)를 깎아주는 이른바 마이너스운임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수출운임의 상승세는 수요가 늘어나서라기보다 공급을 줄인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물동량은 올해 들어 약세일로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8월 한일항로 물동량은 13만51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5만6800TEU에 견줘 14%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17% 감소한 2만4500TEU, 수입화물은 18% 감소한 2만1300TEU에 각각 머물렀다. 환적화물은 지난해 8월 10만900TEU에서 올해 8월 8만9200TEU로 12% 감소했다.
한일항로 물동량은 올해 들어 매달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6월 이후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후진 행보를 보였다. 1~8월 누계 물동량은 11% 감소한 114만5400TEU에 그쳤다. 이 항로 누적 물동량이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띤 건 미국발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이 급격히 고꾸라진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선사들은 수요가 계속 뒷걸음질 치자 강도 높은 공급 축소 정책을 도입했다. 최성수기인 올해 3기(9~10월) 실링을 75%로 조정한 게 그것이다. 선사들은 당초 이 기간 실링을 80%로 정했다가 운임 약세가 가속화되자 추가로 5% 낮추는 결정을 지난달 말 내렸고, 공급 조절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금융위기 당시 실링을 65% 선까지 떨어뜨려 300달러대 운임을 지켜냈던 선사들은 11년 만에 다시 실링을 강하게 조여 떨어진 운임을 끌어올렸다.
올해 마지막 기간에도 70%대 실링은 유지된다. 선사들은 4기(11~12월) 실링을 78%로 확정했다. 11월과 12월도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임에 미뤄 70%대 실링은 선사들의 강력한 운임회복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사들은 11월 이후 운임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 찬홈 등의 영향으로 발이 묶였던 수출화물이 11월에 대거 실리면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A선사 영업담당자는 “150달러대까지 올라온 운임이 180달러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링은 크게 줄어든 반면 10월 납기 예정이었던 화물이 11월로 이월돼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비스 변화 소식으로, 장금상선은 이달부터 일본 세토우치·규슈 서비스를 개편했다. 도쿠야마항 서비스가 주 3항차에서 2항차, 이요미시마항 서비스가 주 5항차에서 3항차로 조정됐다.
동진상선은 지난달 말 인도 받은 1000TEU급 컨테이너선 <동진콘티넨탈>호를 일본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서비스(KJK)에 투입했다. 부산-시미즈-요코하마-도쿄-나고야-부산을 매주 순회한다. 이로써 동진상선은 창사 이래 4번째 신조선을 확보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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