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주들의 인도 연기 요청이 늘면서 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선박 수출액은 전년 동월 18억300만달러 대비 31.5% 급감한 12억3600만달러(약 1조4600억원)로 집계됐다. 통관이 원활히 진행된 덕에 7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 신장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8월 실적은 한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 들어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를 우려한 선주들의 선박 인도 연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선박 수출은 인도 일정에 따라 월별 변동성이 매우 크고, 최근 수출된 선박은 전반적으로 선가가 낮은 시기에 계약된 물량”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선주사의 인도 연기 등의 영향으로 8월 우리 선박 수출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출 감소율 두달째 한자릿수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 감소폭을 간신히 지켜냈다. 지난달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전년 대비 9.9% 감소한 396억6000만달러(약 46조9100억원)에 그쳤다. 조업일수를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3.8% 감소했으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수출액 18억달러대에 진입했다. 무역수지는 41억20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주요 국가의 상반기 실적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우리 수출과 교역은 상대적으로 선전, 교역 순위는 8년 만에 1단계 상승한 8위로 올라섰다.
15대 품목 중 반도체 가전 바이오헬스 컴퓨터 등 4개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전년 대비 2.8% 신장한 82억달러의 수출액을 올리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공급망이 안정되기 시작한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 국가로의 부품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데다 코로나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출하량이 회복한 게 수출 호조 배경으로 꼽힌다.
컴퓨터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가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등 비대면산업으로 확대되며 106.6% 폭증한 13억1000만달러를, 가전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늘어나는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14.9% 늘어난 6억달러의 수출액을 각각 달성했다. 이 밖에 新수출성장동력으로 부상 중인 바이오헬스는 K방역 기기 신뢰도에 기반한 국내 진단기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58.8% 증가한 10억70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반면 자동차와 차부품은 코로나 확산세 지속에 따른 판매 부진과 국내 주요 공장 휴업에 따라 전년 대비 각각 12.8% 27% 감소한 25억9000만달러 12억9000만달러로 부진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도 국제유가 회복 지연과 석유공급 과잉 지속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4% 21.4% 급감한 20억달러 27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밖에 무선통신은 휴대폰 완성품 수요 감소로 31.7% 후퇴한 8억4000만달러를, 철강은 주요 시장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 등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19.7% 뒷걸음질 친 20억4000만달러를 내며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역별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으로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액은 대(對) 중국이 석유화학 일반기계 차부품 무선통신 등의 부진으로 3% 감소한 109억4000만달러를, 對 미국은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의 실적 감소로 0.4% 후퇴한 56억달러에 그쳤다. 아세안 EU 역시 각각 17.8% 2.5% 감소한 70억3000만달러 38억5000만달러로 부진했다. 일본 역시 석유제품 철강 일반기계 차부품 등의 부진으로 20.7% 급감한 1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8월 수입은 전년 대비 16.3% 감소한 355억4000만달러(약 42조원)를 기록했다. 원유 쇠고기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전체 수입 하락을 주도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등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재 수입은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조업일수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8월 우리나라 수출이 7월에 이어 한 자릿수대 감소를 유지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일평균 기준으로 8월 실적이 7월보다 개선됐고, 우리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미국·EU 등 3대 시장으로의 수출이 모두 회복세를 보인 점은 우리 수출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성 장관은 이어 “코로나19 재확산, 미중 무역분쟁 등 위기요인이 상존해 있고 우리 수출에 지속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며, “무역금융 마케팅 물류 인력이동 등 기업들의 수출애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금년에만 5번에 걸쳐 발표한 수출활력대책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작동하고 있는 지 꼼꼼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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