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부진의 늪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다 한일 무역분쟁 여파로 수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고 운임은 급전직하했다.
한일항로 물동량은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후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6월 물동량은 15% 감소한 14만8600TEU에 머물렀다. 수출화물이 8% 감소한 3만800TEU, 수입화물이 30% 감소한 2만1200TEU, 환적화물이 13% 감소한 9만6500TEU를 각각 기록했다.
상반기를 10% 감소한 87만4000TEU로 마감한 한일항로는 하반기도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성장으로 시작했다. 7월 물동량은 13만8600TEU로, 지난해 같은 달의 16만4800TEU에서 16% 감소했다. 수출이 16% 감소한 2만6700TEU, 수입이 19% 감소한 2만2600TEU, 환적화물이 15% 감소한 8만9200TEU로 각각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한 달 한일 교역은 수출에선 섬유, 수입에선 반도체만 증가했을 뿐 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이 모두 30~40%대의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 한일항로 물동량은 7개월 중 4개월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띨 정도로 부진한 모습이다. 1월 11%, 3월 17%, 6월 15%, 7월 16% 등이다. 2월과 4월 5월도 두 자릿수만 아닐 뿐 마이너스성장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6월엔 전월 대비 증가율에서 플러스(2%)를 보였지만 비수기인 7월에 접어들면서 이마저도 마이너스(-7%)로 돌아서며 선사들의 부담을 키웠다.
수요 부진에 대응해 올해 4기(7~8월) 선적상한선(실링)을 85%로 정했지만 전 선사들이 미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 측은 실링을 80%대로 정했지만 적취율은 실링의 70%에 불과할 만큼 물동량이 큰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전체 선복 기준으로 환산한 적취율은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1~2월 83%, 3~4월 86%, 5~6월 89%, 7~8월 85% 등 올해 네 기간 연속 실링이 80%대에 머물 만큼 한일항로 수요는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링 수준이 90%대를 한 번도 넘지 못한 건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수요가 급전직하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선사 관계자는 “7월과 8월은 휴가철에다 일본 추석인 오봉절 연휴가 껴 있어 전통적으로 수요가 하락세를 타는 시기”라며 “한일 무역분쟁에다 일본 내 제조업 부진, 비수기 수요 약세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운임은 유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발 일본 주요지역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운임은 50달러 아래라고 선사들은 전했다.
운임공표제 강화 이후 화주들이 외부에 공표되는 현물운임 대신 신고만 하고 발표는 하지 않는 장기계약운임으로 전환하면서 운임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시장이 악화되자 정부 측에 운임공표제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한 선사 임원은 “운임공표제 강화 이후 선사들의 경쟁이 격해지면서 한일항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운임이 떨어졌다”며 “현재 상황에선 공표제도를 한시적으로 보류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해운 남성해운 천경해운그룹과 범주해운은 별도로 운항해온 한중일 펜듈럼 노선을 통합해 CJ1을 새롭게 출범했다. 신항로엔 1000TEU급 선박 2척이 운항하며 고려·남성·천경그룹에서 1척, 범주해운에서 1척을 나눠 배선한다. 일본 기항지역은 니가타 도야마신코 가나자와 쓰루가 등이다. 이 가운데 쓰루가는 범주해운이 독점 서비스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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