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가 프로젝트물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기병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박사는 ‘프로젝트물류 활성화를 위한 사례분석 :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란 논문에서 “프로젝트물류는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마케팅 능력과 특수선 확보가 요구돼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그만큼 수익성도 크다”며 이 같이 말했다.
프로젝트물류는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현장에 항공과 해상 등 다양한 수송모델로 적기에 필요한 기자재나 물품을 공급하는 물류서비스를 일컫는다. 해외 인프라사업이나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지원하기 때문에 해상운송뿐 아니라 내륙운송 3국운송 포워딩 하역 설치 시공 엔지니어링 등 다방면의 전문기술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정유 담수처리시설 수력발전 등의 각종 플랜트 공사에 필요한 자재 기계 설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운송경험도 요구된다. 바지선 자주식모듈트레일러(SPMT) 같은 핵심 장비도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운송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해상 육상 항공 현지통관 등 프로젝트화물의 특수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도 필요하다.
프로젝트물류는 컨테이너선에 실을 수 있는 화물도 일부 있지만 벌크 화물 단위의 기자재가 많고 스케줄도 부정기선이 주를 이룬다. 지역도 오지가 대부분이다. 국제운송, 내륙 문전 수송, 통관 등 복잡한 복합물류 서비스가 수입화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본선인도(FOB) 조건에 의해 이뤄지고 도착지까지의 납기 관리가 중요하다. 부가가치 높은 틈새시장이지만 초중량 특수화물을 싣는 선박이 한정돼 있고 위험부담이 커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세계 양대물류기업이 프로젝트물류서 강세
세계적으로 프로젝트물류시장 강자는 유럽계 물류기업들이다. 이기병 박사는 논문에서 세계 1~2위 물류기업인 DHL과 퀴네앤드나겔 사례를 들어 현대글로비스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독일 DHL은 영화 007 제작에 물류 파트너로 참여했다.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해상 육상 항공 등을 통해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장소에 일정에 맞춰 수송했다.
현지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데다 자체적인 글로벌 물류망을 갖추고 있어서 안전하게 물건을 보낼 수 있고 빠른 배송과 원가 구조에서 이점이다. 현장 운영 능력과 가감 없는 물류컨설팅,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통합물류 시스템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시물류 선박예비품 에너지 등 틈새시장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스위스 퀴네앤드나겔은 프로젝트 물류 분야에서도 중국과 유럽의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독일 함부르크, 폴란드 포즈난, 중국 우한 충칭 등에 철도를 이용한 LCL(소량화물) 수송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적극적인 M&A로 아시아지역 접근성을 높이고 신시장 개척의 기반을 닦았다.
이 박사는 현대글로비스가 길지 않은 기업 역사에도 현대차 계열사 물량을 지원 받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물류 확대를 통해 성장 정체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계열사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해 다양한 물류사업을 벌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한 10억유로 규모의 폴란드 석유화학플랜트, 현대건설의 쿠웨이트 LNG 터미널 공사, 사우디 마잔 지역의 대형공사 등에서 물류를 책임졌다. 우즈베키스탄 카르시 인근 천연가스 합성석유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초중량물을 운송하기도 했다.
글로비스 프로젝트팀은 50여명의 인력으로 1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류장비를 자가 보유하지 않고 전문 업체와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게 특징이다.
주요 파트너사는 CJ대한통운 태웅로직스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 협진해운 등이다. 태웅로직스는 국내 토종 포워더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으로, 글로비스와 CIS시장 개척과 석유화학 제품 수송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협력 중이다.
인력확보 과감한 M&A 요구돼
이 박사는 현대글로비스의 프로젝트물류사업 활성화를 위해 5가지 필요한 점을 제시했다. 우선 전문 인력 확보다. 까다로운 프로젝트 화물 특성상 선적 가능한 선박이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삼국 간 형태가 많기 때문에 물류 전 과정을 관리하고 현지 업체와 협업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사업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과감한 인수합병(M&A)이다. M&A를 통해 사업영역 확대, 신규 시장 진출 등을 도모해온 글로벌 물류기업처럼 현대글로비스도 내부 투자를 통한 자력 성장을 선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계열 물동량 확대와 질적 고도화를 위해 적극적인 기업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또 2자물류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노선이 없는 오지지역이나 정세가 불안정한 곳이 많은 프로젝트물류 특성에 맞춰 책임감을 갖고 내 일처럼 움직이는 2자물류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과 다단계 구조를 심화시키는 등 위법적인 요소를 지양하고 기업과 계열사의 경쟁력을 위해 물류를 지원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 밖에 물류네트워크 확대와 물류기술 향상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물류의 가장 큰 경쟁력인 문전연결 서비스를 위해 공급망의 전체적인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는 가시성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프로젝트물류 분야에서 복합운송 물류정보 포장 통관 운임지불 등 화주의 고도화된 물류 수요를 충족하는 기술을 축적하면서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조선 자동차 해운 건설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해외 진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산업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고 기존 글로벌 물류사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발굴해 경쟁력을 키운다면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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