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중견조선시장 성적표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외형과 내실을 동시 사냥한 반면, 나머지 조선사들은 그렇지 못해 희비가 교차했다. 2018~2019년 일감 확보가 영업실적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1분기 5개 조선사의 매출총액은 전년 대비 16.5% 성장한 2조47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141억원에서 올해 735억원으로 42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내실이 개선된 게 총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중견조선사들이 올 1분기 동안 수주 리스트에 올린 선박은 고작 4척에 불과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STX조선·대선조선·한진重 영업익 일제히 후퇴
올 1분기 현대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견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후퇴한 조선사들은 수주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증가가 발목을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STX조선해양은 외형이 소폭 성장하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조선사는 5.5% 증가한 10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23% 86.9% 역주행한 150억원 88억원에 그쳤다.
대선조선은 외형과 내실을 동시 사냥하는 데 실패했다. 매출액은 5.2% 감소한 692억원을, 영업이익은 10% 뒷걸음질 친 16억원에 그쳤다. 다만 순이익은 41.7% 증가한 5100만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1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액도 60% 후퇴한 441억원을 내놓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분기 4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90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순이익 역시 44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3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매출액도 36.1% 증가한 1조515억원을 일궜다. 조선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효과와 선가가 높은 고부가 LNG선 수주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영업이익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17.7% 189.4% 폭증한 300억원 40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0.9% 증가한 7780억원을 거뒀다. 재작년 수주량이 증가한 게 올해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1분기부터 2018년 수주물량의 건조에 들어갔다. 1분기 환율 상승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수주점유율 8.4%…두배 증가
올해 1분기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척수는 4척에 그쳤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연수중공업 등이 포진해 있는 1분기 중견조선사 수주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11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수에즈막스급 1척을 포함한 탱크선 4척으로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지만 글로벌 조선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코로나 확산에도 선방한 결과 조선사들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상승일로를 걸었다. 1분기 수주 점유율은 CGT 기준 8.4%로 2019년 4.2%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수출입은행은 “점유율 상승은 전체 중형선박 위축의 심각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선박을 수주했기 때문인데, 수주척수가 3척에 불과해 근본적인 경쟁력 변화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주액은 1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5% 증가한 실적을 내놨다. 같은 기간 중형 조선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수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4%로 전년 4% 대비 크게 증가했다.
건조실적은 9% 증가한 63만DWT(재화중량톤수)였다. 아프라막스급 탱크선이 집중적으로 인도되며 전년 대비 건조 톤수가 증가했으며, 이 밖에 국내 선사용 20만DWT급 벌크선 1척도 선주 측에 넘겨졌다.
다만 일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건 조선사들에겐 뼈아픈 일이다.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전분기 대비 3.2% 감소한 98만9000CGT로 집계됐다. 재작년부터 100만CGT 안팎을 보유하고 있어 일감 확보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수출입은행은 비교적 순조로운 건조 및 인도에 비해 수주량이 적었던 점이 수주잔량 감소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조선시장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크게 휘청였다. 1분기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71.3% 급감한 233만CGT로 곤두박질 쳤다. 발주액 역시 77% 감소한 54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운시황이 위축된 데다 국제유가 급락이 노후선 대체투자 유인 약화로 이어져 발주가 크게 줄었다. 중형선 발주량은 65% 후퇴한 88만CGT로 집계됐다.
선종별로는 유가하락 영향으로 탱크선 발주가 상대적으로 다소 활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발주량은 각각 85.6% 73% 급감한 8만CGT 35만CGT에 그친 반면, 탱크선은 34.1% 감소한 43만CGT로 상대적으로 작은 폭의 감소를 보였다. 중형 LPG선 발주량은 156% 폭증한 2만CGT로 나타났다.
신조선가는 소폭 하락하며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신조선가는 3월 들어 0.5% 하락한 4325만달러를 기록했다. 3600~3800TEU급 컨테이너선은 3월 0.5% 상승한 4200만달러를 냈지만 발주량이 전무해 큰 의미는 없었다. 1분기 115K(11만5000t) 탱크선의 월평균 신조선가는 4850만달러, 75K(7만5000t)는 4450만달러로 변화 없이 유지됐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조선시장은 향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사태로 진행되지 못한 친환경 선박 발주가 이뤄지며 조선사들의 사정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란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주잔량이 감소했고 발주량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했으나, 강화된 환경 규제 등으로 친환경 고효율 선박으로의 교체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조선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회복 추세로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건조작업 지연으로 중국이 아닌 한국조선소를 찾는 선주가 늘면서 선가가 인상될 거란 호재도 들려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 작업 지연에 따른 경쟁력 저하가 한국 조선소를 찾는 선주들의 증가로 이어져 국내 조선업에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다소간의 선가 인상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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