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항로는 희망봉 경유 전략을 앞세운 선사들의 선복조절 노력으로 운임 반등에 성공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5월15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31달러를 기록, 전월 725달러와 비교해 100달러 이상 상승했다. 두 달 만에 800달러대에 재진입한 가운데, 선사들은 성수기를 앞두고 운임 담금질에 돌입했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 역시 전달 841달러에서 34달러 오른 875달러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운임이 하락하지 않는 건 선사들의 선복 감축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컨테이너 장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선사들의 희망봉을 경유하는 전략이 운임 회복에 힘을 실었다. 최근 아시아-유럽·북미동안 컨테이너항로에서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선사들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20편이 희망봉을 경유하는 서비스로 파악됐다. 아시아-유럽 서안 3편, 동안 9편, 아시아-북미동안 8편이다. 2M 디얼라이언스 오션얼라이언스 모두 희망봉을 경유하고 있다. 수에즈운하 대비 운항일수가 상대적으로 긴 희망봉을 경유해 선복감축 효과를 노리겠다는 선사들의 전략이다. 선사들의 감편은 이달에도 계속됐다. 오션얼라이언스는 4~5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26항차를 결항한다고 밝혔다. 운항 감축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야기된 수요 부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코로나 여파로 유럽에서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그리스 루마니아 이집트 불가리아 몰타 키프로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터키 등에서 국경을 봉쇄한 까닭에 물류 흐름이 끊기고 있다. 특히 독일은 가뭄으로 나타난 수위 하락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1분기 물동량이 약 25%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항로 물동량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며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냈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2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유럽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68만8874TEU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4개월 연속 역성장하며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실적은 61만8000TEU였다. 중화권발 화물은 50% 감소한 33만2924TEU에 머물렀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이 해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국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수출 화물은 5% 증가한 16만9090TEU, 동남아시아발화물은 3% 증가한 18만6855TEU를 기록했다. 유럽 현지 코로나19 확대와 각국의 이동 제한으로 육상 수송 지연 등 혼란이 커지는 점에 미뤄 3월 이후 유럽항로 물동량은 중화권 이외 지역에서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달 유럽발 아시아행(유럽수입항로)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소폭 증가한 62만9180TEU를 기록, 코로나19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지별로는 중국행이 3% 증가한 33만4229TEU, 동북아행이 7% 감소한 12만4977TEU, 동남아행이 소폭 감소한 16만9948TEU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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