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을 두고 해운물류업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대표 해양산업단체뿐 아니라 선원노조와 시민단체에서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포스코의 해운물류 생태계 교란 행위를 비판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과 사외이사에게 우리나라 해운·물류생태계 보전과 상생발전을 위해 물류자회사 설립계획을 전면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연합회는 전날 보낸 건의서에서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같은 다른 대량화주가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해운물류시장 진출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정부의 제3자물류 육성정책에도 배치됨은 물론 제3자물류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물류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데다 지금까지 포스코와 물류전문기업 간에 공들여 쌓아온 상생협력관계를 와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동안 국내 대량화주가 자기화물을 믿고 해운물류분야에 진출하여 성공한 사례가 없으며 해외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형화주사들은 물류자회사를 세우기보다는 제3자물류전문기업과의 공생관계를 돈독히 해 상호 발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대량화주이자 국민기업인 포스코가 해운물류업계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연합회 김영무 사무총장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경우 매출은 높지만 일자리 창출효과가 없으며 막강한 시장지배력으로 인해 중소물류주선업계가 고사위기에 직면하는 등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해운물류산업의 재건을 위해선 대량화주와 해운물류업계가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청원서를 청와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국회 등에 제출한 바 있다.
부산 시민단체인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항발전협의회는 전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재벌기업들의 고질적인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 확장은 기업 경쟁력을 좀먹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포스코에 물류자회사 설립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가뜩이나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관련 중소기업과 100만 해운·항만·물류 가족의 생계를 철저히 외면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포스코는 화주임에도 불구하고 부두를 직접 보유 운영하고 있어 그 행위만으로도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중인데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건 그나마 남아있는 일감마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도 2만명에 이르는 외항선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진출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선원노련은 성명서에서 “포스코는 물류자회사 진출의 명분으로 운송과 물류 비용 절감, 기업 업무의 효율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비용 절감은 곧 차별과 착취, 노동환경 악화를 반드시 수반하기에 가뜩이나 열악한 선원노동자들의 고용환경과 일터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물류자회사 진출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또 “거대 물류자회사를 통한 운송 계약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영업망과 자본력을 앞세운 세계 유수의 해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국적선에 승선하고 있는 한국인 선원들의 일자리는 대거 사라질 것”이라며 “포스코는 국민의 염원으로 탄생하고 성장한 국민기업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기에 ‘기업의 효율’ 보다는 국민과 국가 경제 발전을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원노련 관계자는 “포스코 물류자회사는 그 자체만으로 슈퍼갑의 탄생이다. 그 많은 수출입 물량을 독점한 채 저가 입찰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우리나라 해운업을 쥐락펴락할 것이고, 결국 선주 눈치에 더해 화주 눈치까지 봐야 하는 선원들에게 그 모든 고통은 전가될 게 뻔하다”며 “임금은 저하되고, 비정규직 선원은 더욱 늘어나고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거”라고 우려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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