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 줄이고 안전성 높이고’ 어선검사제도 확 바뀐다

어선 검사가 크게 바뀐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어업 현실을 반영해 해양수산부와 함께 어선 검사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공단은 지난달 3일부터 어선에 육상용 소화기도 추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동안 법정 비품으로 모든 어선에 구비토록 돼 있는 어선용 소화기는 제조사가 적어 가격이 비싼 데다 대부분이 가압식 소화기여서 용기 부식에 따른 폭발의 위험이 있었다. 3.3kg짜리 어선용 소화기 가격은 4만5000원인 반면 육상용 소화기는 3분의 1인 1만5000원에 불과하다.

공단은 6개월간 실증실험 과정을 거쳐 축압식인 육상용 소화기도 어선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관련 기준이 개정될 수 있도록 했다. 어선에 가격이 싼 소화기를 여러 대 비치할 수 있게 돼 화재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어선의 96%를 차지하는 강화플라스틱(FRP) 재질 선박의 도면 승인 업무도 전자화해 검사 업무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선박설계 단계에서 신뢰도를 높였다.

공단은 올해 초 FRP 선박용 구조강도 계산 소프트웨어인 콤사세이프(KOMSA-SAFE)를 개발해 도면승인 업무에 활용하는 한편 민간 선박설계업체에 보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전자도면승인서비스를 도입해 도면 승인 기간을 기존 25일에서 19일로 6일 가량 단축시킨 바 있다.

아울러 해양수산부와 실용성과 착용성, 안정성을 두루 갖춘 어선용 구명의를 개발해 현장에서 폭 넓게 활용토록 할 예정이다. 기존 구명조끼는 조업 활동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을 받아왔다.

이 밖에 일괄적으로 시행되던 엔진(보조기관) 개방 검사를 지난해 6월부터 ‘항해’와 ‘추진’에 관계되는 법정 보조기관에만 한정해 어업인이 항해 안전은 보장받으면서 검사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엔진 개방 검사는 길게는 수개월, 짧게는 일주일씩 걸려 어업인의 조업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았다.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도 어선검사 때마다 교체해야 했던 ‘신호탄류’도 제품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지금까지 검사 당시 유효기간이 3개월 미만인 제품은 모두 교체하도록 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단 이연승 이사장은 “그간 대형선박의 기술발전에 비해 중·소형선박, 특히 어선의 경우에는 안전성이나 편의성이 많이 뒤처져 있다” 면서 “어업인의 해상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선박의 안전성은 물론 어업인의 목소리를 반영한 어선원의 복지, 조업편의, 비용 감소에 이르기까지 해수부와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