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 물동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곤두박질 쳤다. 미중 무역분쟁의 파고를 넘어온 선사들에게 또 한 차례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물동량은 미중 무역분쟁에도 선방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2019년 한중항로 물동량은 5% 늘어난 317만6700TEU였다. 수출화물이 3% 성장한 110만8400TEU, 수입화물이 4% 늘어난 180만7800TEU였다. 환적화물은 26%나 급증했다. 월간 실적의 경우 1월 11%, 3월 13%, 4월 10%, 12월 10% 등 12개월 중 3분의 1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9월에 -11%로 큰 폭의 후진을 보인 게 뼈아프지만 전체적으로 견실한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또 2월과 11월 12월엔 수출화물 실적이두 자릿수로 늘어나는 성과를 낸 건 고무적이다. 12월엔 사상 처음으로 월간 물동량이 30만TEU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설날 연휴를 즈음해서 불어닥친 코로나19 이슈가 항로를 강타했다. 취항선사들은 2월 들어 한중항로 수출입 물동량이 반 토막 났다고 전했다. 중국은 코로나 이슈가 터진 이후 춘절(설날) 연휴를 연장하고 있다. 2월10일부터 정상 근무에 들어간 곳도 있지만 2월23일까지 휴가를 가진 기업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휴가가 장기화하면서 현지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수송되는 수입화물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미 생산을 마친 제품도 현지 내륙 운송이 마비돼 수송 불능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선사는 수입화물의 경우 70% 안팎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기업들이 당직근무 재택근무 조별근무 등의 방법으로 다시 조업 재개에 들어간 상태지만 시황 부진은 한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화물은 60~70%, 수출화물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다 미리 생산해놓은 화물도 내륙운송이 안 되는 데다 빈 컨테이너가 없어서 선적예약을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달 들어 대대적인 임시결항을 단행했다. 주요 국적선사들은 상하이 닝보 톈진(신강) 칭다오 다롄 등 주요 노선의 선박 운항을 2~3항차 중단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수요 부진에 대응했다. 선사 관계자는 “2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집중적으로 한중 셔틀노선 운항을 휴항하는 방식으로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배를 세워놓는 것도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셋째 주 이후부턴 정상 운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임은 바닥권을 이어가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국발 수출운임은 현물수송과 장기계약 각각 50달러 10달러 안팎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중국발 수입운임은 14일 현재 120달러를 기록했다. 1월10일 이후 4주 연속 이 수준이 이어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