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 한중항로는 사드사태의 후유증을 털어내기 무섭게 불어 닥친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상반기 오랜 만에 수출화물이 성장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지난 5월10일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면서 급격히 위축됐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2019년 1~10월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3% 성장한 258만8000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1% 증가한 89만9000TEU, 수입화물은 4% 증가한 147만8000TEU였다. 수출화물이 성장곡선을 그리긴 했지만 성장 폭만 놓고 본다면 아쉽다. 사드사태로 2017년 이후 성적이 부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해소된 2019년엔 좀 더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출화물은 5월까지 3% 성장하며 호조를 보이다 6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6월 한 달 2%의 감소세를 보인 뒤 7월과 8월 플러스성장하며 기대감을 갖게 했으나 9월 다시 -11%의 두 자릿수 후퇴를 맛봤다. 선사들은 과거 수출항로의 주력화물이었던 자동차 관련제품과 폐지 폐플라스틱 등의 선적 수요가 모두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운임도 침체에 빠졌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3월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대를 오르내리던 상하이발 부산행 컨테이너 운임은 4월 들어 120달러선까지 떨어진 뒤 5월부터 10월까지 근 6개월간 11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부진을 보였다. 10월 말 140달러대로 깜짝 상승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으나 12월 들어 다시 120달러 안팎으로 하락했다.
수출운임은 상황이 심각하다. 선사들이 해양수산부에 공표한 현물수송과 장기계약 운임은 각각 50달러 1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운임공표제 도입 이후 대부분의 화주들은 한중항로에서 운임이 싼 장기계약 방식으로 운송거래를 하고 있다. 특히 경쟁 과열로 일부 선사들은 터미널하역료(THC)까지 할인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들이 밑지고 화물을 싣는 마이너스운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부대운임 인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국적선사들은 이에 대응해 현재 TEU당 20달러를 받고 있는 저유황할증료(LSS)를 12월1일부터 60달러로 인상했다. 중국으로 한정된 부과 지역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선사 측은 저유황유 비용이 기존 고유황 연료보다 t당 200달러 이상 비싼 점을 들어 화주들에게 LSS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중항로 개방은 다시 연기됐다. 한중 양국은 7월 4~5일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제26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화물적재율(소석률)을 기준으로 한중 컨테이너선항로 선박 추가 투입을 결정하기로 합의하고 세부 기준을 내년 회담에서 결정키로 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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