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모펀드가 배후인 카리스국보의 흥아해운 인수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만 이번 거래가 해양진흥공사의 흥아해운 채권 회수에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으로 판단됐다.
김준석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해운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카리스국보란 변수가 발생하면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을 조속히 진행하려고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카리스국보는 지난달 15일 컨테이너선 부문 분할 후 탱크선 부문만 남게 된 흥아해운의 지분 14.37%(1400만주)를 기존 최대주주인 페어몬트파트너스와 리얼티디아이파트너로부터 112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현재 계약금 7억원을 지불한 상태로, 잔금을 치르는 24일 흥아해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로써 흥아해운과 카리스국보의 관계는 과거 모-자회사에서 자-모회사로 뒤바뀌게 됐다. 김 국장은 카리스국보의 흥아해운 지배지분 인수가 ‘악의적’ 의도에 의한 거란 전제 하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리스국보의 자본이 사모펀드인 만큼 흥아해운 투자 목적을 다각도로 파악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흥아해운) 잔존법인이 매출액은 700억~800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4천억~5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회사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건 정상적인 상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정부와 채권단은 보고 있다. 새로운 대주주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 확약서를 받거나 필요하면 여러 가지 법적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
해진공 400억 채권 회수 문제없을 듯
그는 해양진흥공사가 흥아해운에 빌려준 400억원의 채권은 최대주주 변경에 상관없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재 회장에 더해 최근 이환구 사장을 흥아해운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구성에 안전장치를 확보한 만큼 카리스국보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채권단과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흥아해운은 분할한 컨테이너부문의 지분 90%(9만주)를 360억원에 장금상선에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대금에 장금상선에서 차입하는 40억원을 더해 해양진흥공사에서 인수한 사채 400억원을 상환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흥아해운 최대주주가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모펀드로 바뀌게 될 경우 지분 매각대금을 채권 상환에 쓰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기존 최대주주인 이내건 콩힝에이전시 회장이 주식 감자나 완전 소각을 이행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채권단 측에 제출한 사실도 전했다.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물 수 있어 이내건 회장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채권단과 합의한 내용을 변경하려 들진 않을 거란 예상이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대표이사를 바꾸려 하더라도 (변경) 한 달 전에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월이나 돼야 실행할 수 있다. 그 전에 최소한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컨테이너선사업 통합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확약서 내용인 주식 감자나 소각을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사모펀드의 흥아해운 인수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팔아버리는 이른바 ‘먹튀’ 전략이 목적이라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국장은 “흥아해운 주가가 300원을 하다가 800원까지 치솟았고 1~2주 사이에 600원 후반대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카리스국보가) 단기 차익을 염두에 두고 흥아해운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나 거래소를 통해서 감시하고 있다. 이런 시그널을 기존 대주주와 신규 대주주에게 모두 전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장금상선이 흥아해운 컨테이너선사업 지분 9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선 법원의 승인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통합하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모두 플러스가 돼야 법원에서 결합승인을 내리기 때문에 통합법인인 ‘흥아라인’을 클린컴퍼니로 만들기 위해 장금상선의 현금출자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통합 추진과정에서 장금상선의 통합법인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최종 결과물로 봤을 때 9 대 1의 통합방식이 당초 계획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통합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했다. 아울러 잔존법인인 흥아해운도 생존할 수 있도록 기존 대주주의 확약서 이행을 전제로 채권단에서 출자전환이나 채무 일부 조정 등의 고통분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항통합 운영사에 부산신항 2-5단계 입찰 가산점
부산북항 통합운영사(BPT)에 운영권을 주기로 한 정부 방침과 달리 부산항만공사(BPA)에서 경쟁입찰을 추진해 갈등을 빚은 신항 2-5단계 운영사 선정에 대해선 “부산 북항이 통합을 완료하면 신항 운영사 선정 입찰에서 가산점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BPA는 북항 통합운영사에 최대 1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2021년 말 계약이 끝나는 허치슨(자성대부두)의 경우 신항 대체부두를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다만 고용승계를 위해 허치슨을 기존 법인에 병합하거나 부두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국장은 이사장 인선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선원복지고용센터를 ‘선원근로복지공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용역을 발주하고 관련법을 정비해 노조가 활발히 참여하는 형태의 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수부 해운물류국에서 직할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중빈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17일 끝난 가운데 선원노조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 거부를 이유로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선원복지고용센터 이사장 인선이 파행을 겪고 있다. 이사장 공모엔 정부측 윤석홍 전 포항해수청장, 노조측 방동식 이중환 전 해상노련 위원장을 비롯해 김춘현 STX 실장 등 4명이 지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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