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평택항만공사 문학진 사장이 서해안 항만의 통합 운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산둥성 항만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인천과 평택 대산 등 서해안 중부권에 위치한 항만을 종합 개발·운영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문 사장은 동남아 시장 개척 결과 올해 물동량이 사상 처음으로 7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앞으로 신선화물 유치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Q. 취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항만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다. 생소한 분야다. 다만 국회에 있을 때 초선 때 2년간 건설교통위원회를 맡은 적이 있다. 건교위 활동을 한다고 바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경험을 바탕 삼아 지난 몇 개월 동안 항만 관련한 여러 업무를 배웠다. 이제 조금 항만이 평택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윤곽은 잡았다.
평택항은 후발항만 아닌가? 부산항이나 인천항에 비하면 어린아이다. 근자에 중국과의 교역이 활성화되고 동남아 교역량도 늘어나고 있다. 평택항의 지리적 여건상 중국 동남아 접근성에서 유리한 지점이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도 나타나지만 다른 항만은 물동량 기준으로 볼 때 성장률이 주춤하지만 평택항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평택항 성장세는 유지가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Q. 올해 평택항 물동량 성적은 어떤가?
해수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평택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47만여TEU를 처리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서 8.8% 늘어났다. 우리나라 항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동안 경기평택항만공사가 인센티브 같은 화물유치 지원 정책을 폈고 포트세일즈를 지속적으로 실시를 해서 올해 연간 물동량이 사상 최초로 7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엔 69만TEU를 처리했다.
Q.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동남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 평택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대(對)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 유일의 무역항인 평택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신규항로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거 인건비가 많이 싸서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지금은 동남아로 옮겨가고 있다.
공사도 중국에 치우친 항로를 다변화하고 신규 물동량 창출을 위해 베트남 태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베트남과 태국을 기항하는 동남아 노선을 신규 개설했다. 이후 매년 신규항로를 늘리면서 동남아 물동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베트남 태국과의 물동량은 각각 53% 18% 늘어났다.
지난 4월엔 베트남 최대 수산물 청과 생산지인 메콩강 델타지역 소재 껀터시와 수산물과 청과물을 평택항으로 들여오는 내용으로 MOU(협약)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 화물을 특히 많이 유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수산물 청과 등을 취급하는 콜드체인 기업이 평택항에 많이 생겼다. 공사는 10월30일 콜드체인을 주제로 중국 관계자 등을 초청해서 국제포럼도 열었다. 앞으로 콜드체인 수요가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일 거라 본다. 그 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지난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평택항과 대산항을 묶어 5번째 항만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장님 의견은?
지금 항만법상 평택항의 정식 명칭은 평택·당진항이다. 평택·당진항의 개발 운영 관리 권한은 해양수산부와 평택지방해양수산청에 있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광역은 경기도와 충청남도, 기초는 평택시 화성시 당진시 아산시가 관련돼 있다.
국감에서 나온 얘기는 해수부 직할 항만공사를 설립하자는 거다. 제가 와서 보더라도 경기평택항만공사는 경기도 산하의 지방공기업이라 부산항이나 인천항을 운영하는 해수부 직속의 국가 공기업에 비해 항만을 운영하고 개발하는 데 제약이 많다.
그래서 항만개발을 하는데 권한을 제대로 갖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에서 5번째 국가항만공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기본적으로 그런 취지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해운항만정책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서 해수부에서 주도권을 가지되 각 항만이 속한 지자체의 정책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감에서 나온 얘기처럼 평택·당진항과 대산항을 묶어서 서해안 중부권 항만공사를 만든다면 평택시와 당진시 대산항이 있는 서산시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덧붙여서 한 말씀 드리면 몇 달 전에 인천항을 방문해서 인천항만공사 관계자와 항만 통합과 관련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중국의 경우 산둥성 항만을 통합 운영하는 추세라더라. 우리도 국가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천시에 있는 인천항만공사, 국감에서 나온 경기도 평택항과 충남 대산항은 소관 지자체는 다르지만 같은 서해안이고 거리가 멀지도 않다. 통합운영을 검토한다면 인천까지 포함해서 서해안 중부권 전체를 묶어서 검토해 보는 건 어떨까?
북쪽부터 인천항 평택·당진항 대산항 등이 중부권에 있다. 주요항로 이용고객 배후경제권 들이 상당 부분 중복돼 있지 않나? 국가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서해안 중부권 항만들을 관리할 수 있는 하나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할 수 있다. 해수부 경기도 충청남도 평택시 당진시 서산시 중앙부처 지자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중국의 경우가 맞다는 것보다 중국이 왜 통합으로 가는지 벤치마킹해서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국제여객터미널 신축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중점 검토 사항은 뭐라 보나?
2022년 11월 말 신규터미널이 완공 예정으로 돼 있다. 이용고객들이 평택항에 입항하는 데 대기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보도가 있더라. 5시간 7시간 걸린다고 한다. 우리 쪽 여객터미널 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중국인들이 평택항을 많이 찾는데 이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들어오는데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여객터미널이 비좁고 고객들 편의시설도 많이 미흡하다. 여객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우리 마린센터(경기평택항만공사 입주 건물)에 중국 이용객들이 로비나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새로 지어지는 터미널은 크기뿐 아니라 편의시설도 많이 확충했으면 좋겠다. 평택시장도 그런 생각을 다행히 하고 있더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얘길 했다.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잠시 머무르더라도 쾌적하게 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현재 공사와 평택항의 당면 현안은 뭔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중요한 걸 말씀 드리면 우선 항만배후단지 조성이다. 공사에서 여객터미널 옆에 매립지 2군데를 배후단지로 조성 중이다. 한 곳은 민자를 유치해서 배후단지를 조성한다. 물류 제조시설 업무편의시설 공공시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2804억원을 투자해 34만평(112.3만㎡) 규모를 개발하게 된다.
2023~2024년 사이 준공 예정이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전체 출자액의 5%를 맡고 GS글로벌 등 5개 민간업체가 나머지 95%를 출자할 계획이다. GS글로벌과 GS건설에서 75%를 출자하기로 약정돼 있는데 사업성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주춤한 상태다. 공사와 GS 해수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착공 계획에 맞추기 위해 해수부 GS와 긴밀히 협의 중이다. 올해 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거 같다.
또 하나는 6만9000평(22.8만㎡) 규모의 매립지다. 이건 공사가 단독으로 추진한다. 55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공사채 528억원을 발행해서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들어가는 시설은 마찬가지로 물류 제조시설 업무편의시설 공공시설 등이다. 2023년께 준공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또 인천에 있는 중고자동차 수출단지가 평택항으로 오고 싶어 한다. 인천은 일몰제가 적용돼 공원으로 바뀐다고 한다. 중고차단지 유치를 놓고 평택시 경기도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평택항이 자동차수출입 국내 1위항만 아닌가. 지금은 (처리화물이) 다 새차다.
중고차단지가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는 것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 있는데 야적하지 않고 실내에서 보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최신식 친환경 시설 조성이 가능하다. 이런 시설을 유치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보탬이 될 거란 생각에서 경기도 평택시와 적극 추진하고 있다.
Q. 경영방침과 중단기 사업 목표는?
사원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직장을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일하 수 있는 일터로 느끼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리더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이 가장 중요하다. 자발적으로 자부심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하는 게 개인 발전을 위해서도, 조직 활성화를 위해서도 가장 좋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뒷받침 해주는 게 사장의 역할이란 생각으로 경영한다.
향후 목표는 평택항 활성화다. 물동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내년에 컨테이너는 올해보다 5만TEU 늘어난 75만TEU, 총 물동량은 1억1800만t을 달성하려고 한다.
Q. 업계와 정부당국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평택항이 잘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그런 점을 잘 헤아려서 다방면으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화주 선사 포워더 같은 물류하는 기업들에게도 평택항을 많이 이용해 줄 것을 요청 드린다. 평택항을 이용하면 그들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적극 홍보하고 세일즈해 나가겠다.
▲문학진 사장은…
1954년 경기 광주 출생
1984년 고려대 사학과 졸업
1988년~1995년 한겨레신문 기자
2003년 2월~2003년 대통령비서실 정무1비서관
2004년 5월~2008년 5월 제17대 국회의원
2008년 5월~2012년 5월 제18대 국회의원
2019년 6월~현재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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