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는 인류해양문명사와 함께 해온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로부터 시작해 천년을 뛰어넘는 불빛으로 인류의 해양역사를 밝혀 왔다.”
국립해양박물관은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 기획전을 12월2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연다. 전시회는 현재 사라져가는 등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등대의 보존 필요성과 지속가능한 활용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기자와 만나 “수많은 사람들이 등대를 찾아가고 그 불빛에서 무언가 위안을 얻는 건 등대의 DNA가 인류 해양문명에 깊숙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시회는 기존 전시회들과 다르게 등대의 예술적 형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등대와 항해 ▲세계 등대와 과학기술 ▲세계 등대와 예술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등대의 기본적인 역할인 항로표지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등대와 같이 뱃사람들의 항해에 도움을 주는 지구의 천구의 녹터널 망원경 나침판 등의 항해도구와 함께 과거 등대 역할을 했던 연안의 횃불과 관련된 문헌 자료를 소개한다.
2부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고대 이집트의 파로스 등대와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중세 프랑스의 코르두앙 등대,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팔미도 등대 등 과학 산업 기술과 함께 진화해온 등대 발전사를 다양한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횃불에서 LED로 발전하는 등명기의 발달 과정과 등대를 관리하는 우리나라와 외국 등대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3부에선 등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시민을 찾는다. 클로드 모네의 <옹플뢰르, 보트를 해변으로 끌어올리기> 조르주 쇠라의 <옹플뢰르의 등대> 피트 몬드리안의 <베스트카펠레의 등대> 등이 아름다운 등대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회화들이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라민(Ramin Debrest)의 작품도 원화로 전시된다. 하이라이트는 등대 예술작품을 재해석해 대형 스크린에 구현한 미디어아트다. 주강현 관장이 이십여년간 직접 수집한 등대 컬렉션과 세계 등대 사진을 통해 예술과 문화유산으로서 부각되는 등대의 현주소도 살펴본다.
해양박물관은 등대전시회에 맞춰 부산항대교 건설로 철거된 부산항 남방파제등대의 등롱을 기증받아 등대시계탑을 설치한다. 전시회 개막식에서 붉을 밝히는 등대시계탑은 국립해양박물관의 대표 조형물로 시민들을 만난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등대 해양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여가를 즐기기 위해 또 여행을 목적으로 등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유산으로서 등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주 관장은 독도에 살던 포유동물 강치 특별전시회 소식도 전했다. 해양박물관은 전시회를 통해 내년 3월15일까지 독도 강치가 멸종에 이르게 된 전 과정을 역사 생태사관 관점에서 규명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 땅 독도에 살던 포유동물인 강치를 잡아서 기름을 짜기 위해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많은 어부를 출어시켰고 이를 근거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의 독도 강치잡이는 반문명사적 반생태사적 행동으로 비판 받고 있고 독도 강치가 멸종에 이르게 된 과정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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