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를 지나가던 소형 컨테이너선 한 척이 침몰되면서 동남아 바닷길이 심각한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호찌민을 지나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로 향하던 선박들이 운항에 차질을 빚으면서 물류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 아닌 물류대란에 동남아항로의 해상운임이 대폭 인상할 거란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현지 외신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시각으로 10월18일 밤 길이 132m에 달하는 657TEU(총톤수 8015t)급 컨테이너선 <베트선인테그리티>호가 호찌민시 인근 롱따우(Long Tau)강 붕따우에서 전복됐다. 베트남 물류기업 베트선코퍼레이션이 운영 중인 사고 선박은 지난 2003년에 건조됐으며, 사고 당시 호찌민 VICT(구항)에서 붕따우로 향하고 있었다. 화물 285TEU를 실은 사고 선박은 뒤집힌 지 2시간여 만에 강 아래로 가라앉았다.
해당 선박에 승선했던 선원 17명은 무사히 구출됐다. 베트남 정부는 강에 빠진 상당량의 컨테이너를 건져내는 한편, 선박으로부터 유출된 기름 150t을 제거하고 있다. 호찌민 항만당국은 동짠(Dong Tranh)-롱따우강의 합류지점에서 포사이즈(Four Sides)강 구간의 운항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항만당국이 바닷길을 차단하면서 당분간 동남아항로가 물류대란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해운업계는 해당 사건을 수습하는 데 최소 4주 많게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트선인테그리티>호가 침몰한 사고지점. / 자료: 머린트래픽 캡처화면 |
주요 국적선사들은 통상적으로 롱따우강을 거쳐 깟라이터미널(신항)을 기항하고 있다. 강항(리버포트)인 탓에 수로를 따라 움직이지만 다른 2개의 우회로보다 넓고 운항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현재는 롱따우강을 통한 운항이 차단됨에 따라 선박들이 수심이 낮은 소아이랍(Soai Rap)강으로 우회해 깟라이로 기항하고 있다. 하지만 수심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입·출항 흘수 제약은 약 9m로, 선사들은 우리나라에서 나가는 화물의 상당량을 대거 지연 선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사들은 한국-홍콩-호찌민-태국-호찌민-한국 순으로 노선을 운영한다. 이번 사고로 베트남 뿐 아니라 태국 수출입물류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 수입노선도 문제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호찌민을 거쳐 상하이와 한국으로 기항하기 때문에 호찌민 입출항이 늦어지면서 한국 도착 지연이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현재 흘수 제한에 따라 베트남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행 선적을 연기하거나 컨테이너 중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 선사 관계자는 “화물 선적이 제약받게 되면서 수익 위주의 화물이나 경량화물을 우선적으로 실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자체 중량제한을 TEU당 14t에서 12t으로 강화했다. 컨테이너 무게를 제외하면 사실상 화물은 10t 정도만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선사 관계자는 “호찌민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뒤이어 연결되는 지역들을 기항하지 못하게 돼 연쇄적으로 선적이 어려워졌다”며 “자사가 투입하는 모선은 기존 선적량의 10~20%를 줄였고, 타사의 선복을 이용하는 서비스는 최대 30%까지 빠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발 화물이 매주 20~30%씩 다음 항차로 밀려남에 따라 이달에만 선적량이 약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등의 스케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국적선사들은 동남아항로 운임인상(GRI)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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