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 이후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점쳐지던 중남미항로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취항선사들이 선박을 대거 결항(블랭크세일링)한 데다, 긴 연휴 동안 나가지 못한 화물들이 뒤늦게 실리면서 고시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0월11일자 상하이발 남미동안(브라질 산투스)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811달러를 기록해 국경절 이전인 9월27일 1770달러 대비 41달러 인상됐다. 산투스행 운임은 지난달 초 1900달러대까지 치솟은 후 매주 하락세를 거듭했지만 선사들의 임시결항 덕분에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시장도 국경절 연휴 이후 시황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18일 현재 부산발 남미동안행 해상운임은 2000달러에 근접할 만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국경절로 중국 공장들이 1주일을 쉰 것치고는 연휴 이후 예상보다 많은 수출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컨소시엄마다 수차례 블랭크세일링에 나서다보니 선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중국으로 화물을 보내 동안지역으로 환적하는 선사도 화주들의 선적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직항노선보다 운항일정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환적서비스에도 화물이 꽤 몰리고 있다며 남미동안 물동량이 꾸준하다고 전했다.
이 지역 화물적재율(소석률)은 중국의 수요급증과 선복감축 효과에 힘입어 95~100%를 기록하고 있다.
남미서안은 이달 초 수요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중순부터 활황세를 띠고 있다. 국경절 연휴 이후 중국발 화물들이 선박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시장의 호재에 힘입어 한국발 운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18일 현재 부산발 남미서안행 해상운임은 TEU당 20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이달 초 1000~1500달러대에 머물렀지만 금세 인상되면서 또 다시 롤러코스터 시황을 연출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남미동안이나 카리브노선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10월 말까지의 운임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서안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다보니 본사에서 적정 운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 중이며, 대부분의 선사들이 선적 이월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휴 이후 주요 선사들이 블랭크세일링을 실시한 데다, 일부 선사는 3000TEU급의 소형 선박을 대체 투입해 선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남미서안 노선에는 8000TEU급의 중대형 컨테이너선이 투입되고 있다.
카리브항로는 가뭄 문제가 사실상 해결되면서 중량 규제가 대부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해상운임은 18일 현재 2500~30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남미항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특수 물량이 다음달 중순까지 대거 실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선복 부족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남미서안의 경우 11월 말에 화물이 선적되면 크리스마스 연휴에 도착하게 돼 사실상 화물을 인도하는 게 어려워진다. 한 선사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크리스마스 물량은 11월 중순까지 선적되기 때문에 월말엔 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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