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선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한일항로가 양국 간 무역분쟁 여파로 안갯속을 걷고 있다. 하반기 들어 물동량의 감소폭이 커지고 있고 운임도 덩달아 하방압력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7월 한일 양국 간 해상 물동량은 16만5041TEU를 기록, 1년 전의 16만9116TEU에 견줘 2.4%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3만1966TEU로, 1.9% 늘어난 반면 수입화물은 3.1% 감소한 2만8136TEU에 머물렀다. 환적화물 중 원양항로와 연결되는 피더화물은 19.5% 감소한 2만1589TEU, 아시아역내환적화물은 1.8% 늘어난 8만3350TEU를 각각 기록했다.
8월엔 5% 가량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에선 2% 늘어난 반면 수입에서 9% 뒷걸음질 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수입화물의 감소세가 노정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 맥주 수입량은 8월 한 달 97% 이상 감소했다. 선사 관계자는 “8월은 일본 오봉절 연휴에다 휴가철 비수기, 불매운동이 겹치면서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며 “심적으로는 불매운동을 응원하지만 회사 실적이 크게 안 좋아져 걱정이 크다”고 울상을 지었다.
물동량 감소로 선적상한선(실링) 미달 선사도 속출했다. 7~8월 2달간 고려해운과 장금상선 두 곳을 제외하고 실링에 도달하지 못했다. 선사들은 올해 4기(7~8월) 실링을 96%로 정한 바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8월은 일본 오봉절 연휴에다 휴가철 비수기, 불매운동이 겹치면서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9월은 8월보다 나은 모습이다. 일부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본격적인 수출 규제에 대비해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현지 외신은 현대자동차가 수출 규제 강화를 우려해 자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수출 확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3개월치 재고 확보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선사들은 5기(9~10월) 실링을 전 기간과 같은 96%로 정해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무역분쟁으로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해양수산부는 국적선사별 수출입 물동량이 10% 감소할 경우 하역료를 10%, 항만시설사용료를 50% 가량 할인하는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수요 약세로 운임도 위축되고 있다. 선사들은 부산발 일본 도쿄행 컨테이너 운임이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 15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운임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운임은 50달러를 밑돈 지 오래다.
한편 선사들은 내년 1월 시행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응해 채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저유황할증료(LSS) 도입이 그것이다. 12월1일부터 125달러를 받고 있는 유가할증료(BAF)에 LSS를 반영해 170달러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한일항로에선 BAF를 도착지에서 받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화주단체와 협의한 뒤 확정된 요율을 해양수산부와 일본 국토교통성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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