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는 전달에 이어 수출물동량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연휴 이후인 9월 3주차부터 물량이 급감하면서 선사들이 유독 신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연휴 전 밀어내기 수요가 실종된 건 지난해보다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추석이 지난해에 비해 유독 빨리 배정된 영향이 크다. 국내 주요 공장들이 하계휴가에 들어간 7~8월에 이어 이달 12일에 추석이 자리하면서 ‘밀어내기 물량’이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추석이 9월 마지막주에 편성돼 상대적으로 하계휴가와 일정격차가 있었다.
공식집계된 물동량 실적도 부진에 방점을 찍었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8월 누계 수출입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줄어든 192만7000TEU를 기록했다. 수출물동량이 소폭 줄어든 94만3000TEU, 수입이 1% 감소한 98만4000TEU였다.
가장 많은 물동량을 자랑하는 베트남의 수출입물동량은 5.9% 성장한 62만7000TEU로 집계됐다. 수출물동량은 8.5% 늘어난 31만9000TEU, 수입은 3.4% 늘어난 30만9000TEU였다.
그 외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은 수출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 반면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은 모두 역신장했다. 특히 필리핀은 수출이 12.2% 감소한 4만7000TEU, 수입이 18.6% 급감한 2만6000TEU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내년 1월부터 본격화되는 황산화물 배출규제도 화젯거리다. 업계에 따르면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박들은 규제 도입까지 2~3개월밖에 남지 않아 이미 조선소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사는 기존 운항하던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신조 선박에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 정유시설이 폭격되면서 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또 저유황유 비용 문제로 향후 유류할증료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며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가와 시설 설치비용은 늘어나니 손실을 메우기 위해 유류할증료를 높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물량 급감에 시달리는 필리핀 마닐라노선이 올해 꾸준히 구조조정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이 부산-마닐라(남) 셔틀서비스 ‘PMX’를 신설했지만, 4월에는 고려해운과 남성해운이 서비스하던 ‘KMH’가 마닐라에서 철수했다. 9월에는 흥아해운이 오랜 기간 특화서비스로 이름을 알렸던 ‘KPS’가 중단됐다. 반면 고려해운은 기존 말레이시아 서비스인 ‘KMV’의 로테이션을 수정해 마닐라노선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마닐라항로는 장금상선·고려해운의 ‘PMX’, 일본 ONE의 ‘JPH’, 고려해운·현대상선의 ‘TTP’, 고려해운의 ‘KMV’ 등 4대 서비스로 좁혀지게 됐다.
이들 노선 중 운항일정은 PMX와 JPH가 가장 짧다. 부산에서 주중에 출항하는 PMX는 마닐라 남항까지 4일, 부산에서 일요일에 단독 출항하는 JPH는 마닐라 북항까지 4일이 각각 소요된다. 반면 TTP는 마닐라 북항과 남항을 모두 기항하지만 상하이와 가오슝을 모두 기항하는 탓에 북항까지 7~10일, 남항까지 10~13일 소요된다. 운항일정을 개선한 KMV는 부산에서 홍콩을 거쳐 마닐라 북항으로 향하며 6일이 소요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