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제 정세가 악화되면 중동 최대해운시장인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교역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최근 발표한 ‘UAE·이란 해운시장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동해운시장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호르무즈 해협 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립을 꼽았다.
올해 이란 교역량 28% 감소 전망
이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4.1%에서 -7.5%로, 내년엔 0.9%에서 0.5%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돼 중동 해운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항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UAE와 더불어 높은 물동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란 해운시장을 향한 비관적인 전망은 선사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 이전에는 석유화학제품, 건설장비 등이 우리나라에서 이란으로 수출되며 선사들의 화물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이란 제재를 부활한 데 이어 지난 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이후 양국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 부과하는 제한 때문에 이란 경제와 국제 무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하다”며 “특히 석유는 이란 수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을 통하는 교역량 감소폭이 올해 더욱 커진다는 점도 선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이란의 교역량은 15.5% 감소 이후 2019년 2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리라화 약세로 수입실적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관측됐다.
해수부는 “2019년 예상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락으로 컨테이너 상품 수입의 성장도 저하될 것”이라며 “더불어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이란 항만을 통하는 선박 척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항만을 통하는 선박 척수가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왔다. 선박 기항이 줄면서 이란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심항만인 샤히드라자항 역시 지난해 9.9% 감소에 이어 올해도 2.6% 줄어들며 향후 4분기 동안 컨테이너 처리량이 계속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화물처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이란은 아시아, 중동 및 유럽의 물류허브로서 엄청난 장기적인 잠재력이 있으며, 정부에서 인프라 프로젝트, 특히 운송 부문에 대한 투자와 관련한 약속에 대해 일관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분쟁의 위협이 여전히 남아있고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는 이란의 무역 성장을 계속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제재가 철회된다면 젊은 인구층, 숙련된 노동력, 대규모 탄화수소 등으로 이란이 향후 10년간 중동에서 가장 긍정적이고 균형 잡힌 성장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사들 역시 이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하루빨리 경제제재가 해소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이란 수출입항로가 활짝 열려야 기계 건설장비 등을 중심으로 물량이 늘어나며 중동항로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걸프지역 긴장감 고조 UAE에 위협”
걸프지역에서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감과 경쟁항만이 늘고 있다는 건 UAE에게 위협이 될 거란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걸프지역의 긴장감이 상승하고 있다”며 “걸프지역의 다른 항만이 중동지역의 환적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으로 제벨알리의 경쟁 항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도 UAE의 올해 무역성장률은 2.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류 생산 합의서가 오는 2020년 종료됨으로써 2020년 이후 유류 수출이 증가하면서 2020년 이후 성장률은 약 4.2%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장기적으로 2019~2028년 무역 성장률은 3.5%로 수입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철도운송 네트워크 연계가 장기적으로 무역 상대국 확장과 운송 효율성 증대에 작용해 환적허브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UAE 전체 항만물동량은 올해 4%, 내년엔 6%의 성장률을 보이며 각각 1750만t 1880만t의 처리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사 연결성이 매우 탁월하며 광범위한 물류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데다 아프리카, 아시아 및 유럽의 3개 대륙을 연결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UAE는 해운의 허브로서 항만 인프라 투자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예정이며, DP월드의 성장기회는 투자와 항만운영을 통해 운송 물량의 증대와 선사 유치 등이 요인”이라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