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가 미중 무역분쟁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올해 들어 살아나던 수출물동량이 감소세로 전환했고 운임도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는 모양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6월 한국발 중국행 컨테이너 물동량은 9만372TEU를 기록, 1년 전의 9만1953TEU에 견줘 1.7% 감소했다. 올해 들어 수출화물이 감소세를 띤 건 1월(-5.3%) 이후 처음이다. 2월부터 4개월 동안 이어진 플러스성장으로 5월까지 3%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화물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반면 같은 달 중국발 한국행 수입화물은 15만4983TEU로, 지난해 동월 14만2818TEU에 비해 8.5% 성장했다. 피더화물은 56.6% 늘어난 2만3401TEU였다. 수입과 피더화물의 선전으로 6월 한 달 한중항로 전체 물동량은 7.6% 늘어난 26만8756TEU를 기록했다.
상반기 한중항로 물동량은 153만4606TEU로, 6.8% 늘어났다. 수출화물은 2.5% 성장한 57만545TEU, 수입화물은 5.3% 성장한 96만4061TEU, 피더화물은 48% 성장한 12만3857TEU로 각각 집계됐다.
선사들은 하반기 이후 수출화물의 약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對) 미국 수출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원부자재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원부자재는 대 중국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후유증이 클 전망이다.
특히 지지대 역할을 했던 합성수지(레진) 화물마저 하락곡선을 그린다는 게 선사들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함께 중국이 저가의 석유화학제품을 자체 생산하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그나마 사드사태가 진정되면서 활기를 띠던 수출화물이 심각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며 “레진을 비롯해 각종 원부자재가 모두 줄었다”고 전했다.
휴가철도 시황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공장이 휴가철을 맞아 가동을 줄이면서 해운 수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요즘은 시황이 안 좋은 데다 52시간 규정을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공장들이 조업 중단을 자주 한다”며 “길게는 2주가량 가동을 멈추는 공장도 있다”고 말했다.
운임은 시황 부진에 공정거래위원회 담합혐의 조사까지 겹치면서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선사들은 운임공표제 도입 이후 자취를 감췄던 마이너스운임이 수출항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수입운임은 지난달의 125달러에서 이달 들어 117달러로 떨어졌다.
한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통합에 대응해 고려해운과 남성해운 천경해운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천경해운은 남아있던 부산-상하이 항권을 이용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잇는 펜듈럼항로 북중국·세토우치서비스(NCS)를 개설했다.
6월 말 물살을 가른 신설항로엔 남성해운과 고려해운이 공동운항선사로 참여했다. 세 선사는 700TEU급 선박 2척을 번갈아 배선할 예정으로, 첫 선박 투입은 천경해운과 남성해운이 맡았다. 일정은 상하이(화·수)-닝보(수·목)-부산(토)-모지(일)-이요미시마(월)-히로시마(화)-미즈시마(수)-모지(목)-하카타(금)-부산(토)-울산(일) 순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