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축으로 운임을 방어하던 호주항로가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는 모습이다. 해운업계는 7월 중순부터 조금씩 늘어나던 화물이 이달 중순부터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와중에 ONE 현대상선 하파크로이트 양밍 에버그린 등이 공동으로 운항하는 ‘NEAX’ 컨소시엄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 22일에도 한 항차를 결항(블랭크세일링)하면서 공급난을 부채질했다.
NEAX는 지난 5월에 2항차, 7월에 1항차를 각각 결항하며 호주항로의 수급 균형을 맞추는 ‘키 플레이어’역할을 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은 줄어들면서 주요 선사들은 선박 가득 화물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현재 호주를 취항하는 주요 선사들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일부 선사는 8월 말까지 모든 선적예약을 마감했고, 주당 100TEU 이상의 화물선적을 다음 항차로 이월(롤오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화주들이 선적 예약 후 급작스럽게 취소하는 ‘노쇼’로 인해 90%대를 기록했지만 만선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선사 관계자는 “8월까지는 블랭크세일링이 있었지만 다음 달에는 모든 선박들이 정상 운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국경절인 10월 2주차부터 화물이 일시적으로 급감하는 만큼 추가 블랭크세일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처럼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해상운임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8월16일자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TEU당 591달러로 전달 말 525달러 대비 66달러 인상됐다. 머지않아 600달러 고지도 넘어설 기세다. 호주항로는 6월 중순까지 200달러대에 머물렀지만, 같은 달 21일부터 반등하면서 매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장도 선복 감축에 힘입어 전달 대비 운임이 인상됐다. 이 달 부산발 멜버른행 해상운임은 TEU당 500~6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요 선사들은 수급 상황이 좋아지면서 다음달 1일 대대적인 운임인상(GRI)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평균 GRI 규모는 TEU당 300달러다. 일부 선사는 수급상황을 고려해 이달 16일 TEU당 50달러를 인상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본사(선주)가 운임을 수시로 변동해 운임제시가 무의미한 상황이다”며 “9월부터 GRI에 나설 계획이다. 전액 반영하진 못하더라도 시장 흐름상 운임은 꽤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질랜드행 운임도 선복부족 여파로 크게 인상됐다. 16일 현재 부산발 뉴질랜드행 해상운임은 TEU당 600달러대까지 올라섰다.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호주항로의 호황이 추석시즌 이후에도 계속될지 주목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가 동절기로 접어들면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따뜻해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추석연휴(9월12일~15일)를 전후로 호주에서 재고물량을 쌓아두는 만큼 호조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한 선사 관계자는 “통상 추석을 전후로 재고를 쌓으려는 수요가 많은 편이다.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운임이 높은 수준을 형성했는데 올해도 같은 흐름을 보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2017년 4분기 상하이-멜버른 해상운임은 TEU당 1300달러대까지 치솟으며 고시황을 연출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이보다 다소 하락한 500~700달러대에 형성됐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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