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아탱커가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에 의한 선박 경매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해운시장에선 한진해운이나 대한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같은 큰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많은 선박이 경매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채권은행의 경매로 매각된 선박은 75척 597만t(재화중량톤)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가로 따져 13억1900만달러(약 1조5300억원) 규모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에 정점을 찍었다. 무려 31척 310만t의 선박이 채권단에 의해 소유권이 이전됐다. 거래금액은 6억4000만달러였다. 1년 전인 2016년엔 20척 129만t이 1억8800만달러에 처분됐다. 두 해 동안 8억2800만달러(약 9600억원)어치의 선박이 강제로 팔렸다.
베셀즈밸류는 한진해운 사태로 선박들이 대거 채권단에 의해 경매시장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2016년 8월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이듬해 2월17일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한진해운의 보유선대는 컨테이너선 101척(97척 운항, 4척 대선), 벌크선 44척 등 총 145척이었다. 이 가운데 지배선대는 국적취득조건부나용선(BBCHP) 55척, 사선 5척이었다. 채권단은 이들 선박을 경매를 통해 국내외 선사에 매각했다. 특히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은 경쟁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에 팔렸다.
한진해운 사태에 앞서 대한해운 법정관리 시절에도 많은 선박이 경매로 팔려나갔다.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1년에 11척 64만t, 이듬해인 2012년에 6척 35만t의 선박이 각각 강제 매각됐다. 전체 거래금액은 3억9900만달러였다.
대형선사 도산이 없던 해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여줬다. 불과 1~2척의 선박만이 거래장부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척의 선박도 경매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2일 동아탱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선사가 소유한 12척의 BBCHP 선박의 처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대로 9년간 우리나라 해운사가 경매시장에서 사들인 선박은 35척 303만t을 기록했다. 선가는 5억2900만달러(약 6100억원)였다. 베셀즈밸류는 SM상선 팬오션 장금상선 현대상선 대한상선(옛 삼선로직스) 순으로 강제집행된 선박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선사들은 2016~2017년 사이 한진해운 선박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SM상선이 8500TEU급 3척 6600TEU급 8척, 고려해운이 4200TEU급 4척을 인수했다. 팬오션과 대한상선은 캄사르막스 벌크선 2척,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각각 나눠가졌다.
이 기간 경매로 매입한 선박은 총 21척 227만t으로, 거래에 3억1700만달러가 투자됐다. 2011~2012년엔 7척 25만t의 선박 매입이 성사됐다. 선가는 1억2500만달러였다. 2015년엔 경매를 통한 선박 매입이 한 건도 없었다.
9년간 전 세계 해운시장에서 경매로 팔린 선박량은 821척 4331만t이었다. 106억9700만달러(약 12조37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역시 한진해운 사태 당시 거래가 가장 많았다. 2년간 352척 1939만t이 49억7600만달러에 팔렸다. 올해 상반기엔 28척 138만t이 경매시장을 거쳤다. 상반기라곤 하지만 척수로 따져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금액은 2억4900만달러였다.
베셀즈밸류 박홍범 한국지사장은 “경매를 통한 선박매매라고 하더라도 거래 가격이 시장보다 낮지만은 않았다”며 “시장상황이 나쁠 경우 시장가의 60%선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장이 상승하거나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선박은 시장가의 120%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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