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주요 국적선사들이 기업들의 공급망구조 변화와 외국적선사들의 서비스 확대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로 원자재를 수출해 역으로 완제품을 수입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망구조가 최근 중국에서 동남아로 원자재를 수출하고 완제품을 제조하는 식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공급망 변화 신호가 지난해 중반부터 조금씩 감지됐다”며 “한국발 물동량이 급감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 동남아를 잇는 3국 간 물동량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사들의 고통은 수출입물동량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5월 한국-동남아항로 수출입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한 24만2000TEU에 머물렀다. 수출은 1.2% 증가에 그쳤고, 수입은 4.3% 역신장했다.
수출입물동량을 놓고 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을 제외한 주요 국가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단식월인 라마단 여파로 수출과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0.8% 7.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이달은 9일까지 르바란 연휴가 이어져 수출입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동남아항로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베트남(32.6%)은 5월에도 수출이 12.1% 증가해 꽤 대조됐다. 한국-동남아항로 1~5월 누계 수출입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한 119만9000TEU로 집계됐다. 수출 58만6000TEU, 수입 61만3000TEU로 각각 나타났다.
상반기에 부진을 면치 못한 이 항로 취항선사들은 3분기부터 물동량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동남아항로 운임이나 수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항로에서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는 만큼 3분기부터 회복기에 접어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운항비용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유가연동형 유류할증료 ‘플로팅 FAF’를 새롭게 부과할 계획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올해 1월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70달러를 돌파했고 최근 50달러대로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사들의 운임협의를 ‘담합’으로 규정해 강압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어, 선사들은 할증료 부과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는 기존에 공표한 방식대로 유류할증료를 산정해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평균 TEU당 30달러대의 플로팅 FAF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중고기계, 중고장비 및 중고 생산라인용 설비에 대한 수입규제를 개정해 이달 15일부터 새롭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제조연도로부터 10년을 초과하지 않고, 환경보호·에너지절약·안전관련 국가기술표준을 부합하는 화물만 선적이 가능하다.
최근 고철 폐기물을 다량으로 보내는 화주들이 늘어나면서 수입규제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국내 일부 화주들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폐기계를 저렴하게 처분하기 위해 적하목록을 속여 보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