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 시황이 경쟁당국의 수사로 급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7일부터 약 2주에 걸쳐 국적선사와 외국적선사를 가리지 않고 현장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흥아해운을 조사한 지 5개월 만이다. 국적선사는 흥아해운과 장금상선, 외국선사는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제외하고 모두 수사 대상이 됐다. 특히 현대상선은 5개월 새 경제검찰로부터 두 번이나 조사받는 신세가 됐다.
공정위는 선사들을 방문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영업담당자 핸드폰을 복사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조사와 마찬가지로 동의서를 받았다고 하지만 분위기는 사실상 압수수색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공정위 조사는 만성적인 저운임에 시달리는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이 항로 수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달러, 한화로 1만원 안팎일 만큼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160달러를 호가하던 수입운임도 최근 1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선사들은 시황을 회복하고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3월20일을 기해 운임인상(GRI)을 꾀했다. 수출운임을 TEU당 50달러 회복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황 약세에다 공정위의 칼날까지 해운업계를 겨누면서 선사들의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선사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해운업계를 흔들어 놓는 바람에 요즘 운임에 대해서 말을 꺼내는 선사들이 한 곳도 없다”며 “현재 분위기로는 해운업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노동절 연휴 후유증으로 해운 수요도 부진한 모습이다. 중국은 노동절을 맞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연휴를 가졌다. 이 기간 동안 현지 공장 가동이 일제히 멈추면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원부자재와 중국에서 나오는 소비재 화물들이 모두 급격한 하락세를 띠었다. 선사 관계자는 “5월 중반까지 노동절 후유증으로 선적 예약이 뚝 끊겼다가 4주째부터 다시 수요가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1분기 한중항로 물동량은 수입화물의 호조로 상승탄력을 보여줬다. 황정협에 따르면 1~3월 한중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71만5953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만6906TEU에서 7.4% 성장했다. 수출화물은 1.4% 늘어난 24만7935TEU, 수입화물은 7.5% 늘어난 41만2911TEU였다. 제3국과 연결되는 피더화물은 43.6% 늘어난 5만5107TEU로 집계됐다.
3월 물동량은 13% 늘어난 27만1414TEU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은 1.4% 늘어난 9만2307TEU, 수입화물은 18.4% 늘어난 15만9603TEU, 피더화물은 36.9% 늘어난 1만9504TEU였다. 물동량 성적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수출항로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비록 1분기에 소폭의 성장세를 띠었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사드보복사태로 뒷걸음질 쳤던 지난해 실적을 비교한 것으로, 사드사태 이전인 2017년의 26만7603TEU과 비교하면 7.3% 후퇴했다.
선사 관계자는 “1분기보다 2분기에 수출물동량 흐름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노동절 연휴로 다시 약세로 전환된 것 같다”며 “전통적인 주력 품목인 레진(합성수지)이나 자동차화물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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