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해운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은 5월10일 오전 12시1분부터 2000억달러, 5745개의 중국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지난해 9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 인상한 지 8개월 만에 이뤄지는 추가 보복이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해운업계는 물동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세 10%는 화주가 일부 부담해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지만 25%라면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발 컨테이너 물동량이 틀림없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지난해 12월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중국발 미국행 화물은 올 들어 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아섰다. 1월 -1%에서 2월에 -13%로 하락 폭이 확대됐고 3월에도 -11%의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68%에 이르던 중국발 화물 점유율 역시 1~2월 62%로 떨어진 뒤 3월엔 53%로 급락했다. 베트남 등 중국 이외의 화물량 증가가 기대되지만 북미항로 전체를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선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정기선시장도 미국의 이번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중국 경기가 악화되면 철광석·원유 수요 감퇴를 초래할 수 있다. 수요 부진은 벌크선·탱크선 시황 하락을 불러와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협상이 틀어지면 세계 경제와 무역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분쟁 장기화 우리기업에 악영향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미국의 관세보복 조치가 지속될 경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즉,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과 중국이 원산지인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나타날 거란 설명이다.
양국이 추가협상의 빌미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번 미국의 조치는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목을 더욱 옥죌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추가 관세 보복은 이달 10일 중국에서 출발한 중국산 제품부터 부과된다는 점에서 실제 관세는 중국산 화물이 선박편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약 3∼4주 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중국이 원산지인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며 선적 시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번 인상 조치가 우리 수출기업에게 악재로 다가오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세 부담률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중국 제품의 경우 미국에서 평균 14.7%를 부담하는 반면, 한국산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시 평균 0.4%의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8.8%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출은 12.9%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 부진이 우리나라에겐 반사이익이 된 셈이다.
협회는 “이번 인상조치가 지속될 경우 미국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은 확대된 관세율 격차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양국의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위험 분산을 위한 제3의 생산거점을 모색하고 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미중 무역분쟁 한국수출 1조원 감소”
협회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세계 수출이 8억7000만달러 이상 감소할 거란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한화로 따지면 1조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 철강제품, 화학제품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 품목이 자본재와 중간재에 집중돼 있어 한국의 대중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반도체 전기기기 철강 등의 품목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6.8%, 대미 수출비중은 12.1%를 차지한다. 특히 대만 한국 일본 독일 등의 국가들이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커 수출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9%에 달한다.
협회는 무역분쟁의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1조원보다 더 큰 피해가 있을 거라는 우려도 내놨다.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지연, 금융시장 불안, 유가하락 등과 같은 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협회는 향후 미중 무역분쟁이 무역 불균형 해소와 구조적 이슈가 포함된 패권경쟁이라는 2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미중 무역협상의 목표가 단기적 무역 불균형 해소에 있다면 양국은 모두가 유리해지는 절충안을 선택해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패권 유지를 위해 구조적 이슈까지 해소하는 데 있을 경우 중국과 강대강 대치로 무역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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