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는 4월에도 운임 상승곡선이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선사들이 단행한 적극적인 공급 조절의 효과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아만·홍해항로 운임은 이달 12일 기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월에 700달러대로 치솟았던 운임은 3월 들어 500~600달러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달 다시 반등했다. 한국발 운임은 지난달과 유사한 400달러 초중반대를 오갔다. 몇몇 선사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TEU당 25~50달러 규모로 운임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한 선사 관계자는 “올해 라마단이 5월 초에 있어 예상대로라면 3월 말에서 4월 초 정도면 화물이 서서히 감소해야 하는데, 예상 외로 4월 내내 선복 부족 현상이 이어져 조금씩 운임을 높였다”고 말했다.
일부 선사에서는 다음달 초에 GRI(운임인상) 시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운임 상승세가 소강 상태라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달 중동항로의 소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선사들은 연초부터 이달까지 선복을 모두 채우고 있다. 이달 내내 이어진 수급 개선의 배경으로 선사들은 라마단 특수가 아닌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 조절을 꼽았다. 대만에서 환적으로 중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 관계자는 “현재 가오슝발 노선에서도 주당 100TEU씩 롤오버(선적이월)된다고 들었다”며 중국·대만발 물량 수급도 원활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첫 주부터 오션얼라이언스의 중국 노선 ‘MEA5’에 2만TEU급 대형 선박이 투입되면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션얼라이언스는 MEA5에 투입하는 선박 7척 중 4척을 2만TEU급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나머지 3척은 1만4000TEU급이다. 선사들은 이번 선대 확장에 대해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외국적 선사관계자는 “본사에서 지난해 선복을 조절하며 없앤 한국발 할당 선복 일부를 5월부터 다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며 “중국발 화물이 충분하지 못한 게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선사 관계자들은 예상과 달리 화물 수요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 것처럼 향후 2분기 중동항로 역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선사에서는 다음달 초부터 한 달 간 라마단 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월말 이후부터 화물이 밀려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미국과 이란 석유수입 제재 예외국 지위를 연장하기 위한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는 2차 이란 제재를 통해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비롯한 석유가스·제품, 해운, 조선 거래를 금지할 것을 통보했다.
한국은 8개 예외국에 편입돼 지금까지는 이란산 원유 수입이 가능했지만, 예외국 인정기간은 이달 만료됐다. 국제무역연구원은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이란 제재를 계기로 이란 원유 수입량을 전년 대비 49.7% 감축하는 등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며 “올해 미국의 이란 제재가 심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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