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항의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과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이 터미널 통합운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두 터미널운영사가 기업결합에 대해 임의적 사전 심사를 신청했고,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전심사는 두 회사의 결합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인지 정식 심사 전에 미리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사전 심사를 거치더라도 정식 심사는 다시 받아야 하지만 ‘간이 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20일 정도면 기업결합신고를 마칠 수 있다. 이로써 지난해 말 두 터미널의 통합설이 제기된지 반년 만에 사실상 확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3월 해양수산부 역시 업무보고를 통해 인천신항의 두 컨테이너 터미널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살리겠다고 발표하면서 통합 운영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시설비 지원과 1년간 임대료 15% 인하를 내걸었다.
통합은 두 터미널이 50%씩 지분을 나누는 새로운 합작기업(조인트벤처)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파악됐다. 한 터미널운영사 관계자는 “양측이 3000억원씩 투자해 별도의 운영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운영사의 통합 추진 배경은 효율성 제고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총 길이 1.6km의 부두를 둘로 나눠 사용하고 있어 동시접안능력이 뒤처지는 데다 항만 장비 투입을 별도로 진행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같은 관계자는 “싱가포르, 유럽 등 외국 항만의 터미널 부두 길이는 3~4km 가량 되는데, 인천신항은 800m씩 나눠 사용해왔다”며 “부두뿐만 아니라 하역장비, 인력, 전산 등 전 부분을 하나로 통합할 경우 운영 효율성 제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미 기업결합 신청 과정을 밟고 있는 만큼 두 터미널의 통합은 올해 안으로 가닥이 잡힐 거란 전망이다. 다만, 인력 승계 부분은 변수로 남았다. 통합을 통해 기존 부두에서의 하역인력이 30% 정도 줄어들 수 있어 항운노조와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협상이나 신규 운영사의 경영권 등 아직 양측 간 논의할 부분이 많을 텐데, 정부가 얼만큼 밀어주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8일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의 별세도 새로운 변수가 됐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기업 내 사건이 터진 만큼 통합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천신항의 HJIT와 SNCT는 각각 총 부두 길이 800m의 3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하역능력은 120만TEU다. 선광이 지난 2015년 6월에 먼저 개장했고, 뒤이어 한진이 이듬해 6월에 터미널 문을 열었다. 지난해 신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72만1000TEU로 인천항 전체의 55.2%를 차지했다. SNCT는 지난해 97만7000TEU로 전년 대비 16.9%, HJIT는 74만4000TEU로 10.5% 증가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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