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설) 연휴 이후 수요 부진과 초대형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컨테이너선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선사들은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과 선대 재배치 등의 선복조절을 잇따라 실시하며 시장부양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만 선사들의 노력에도 미주는 운임협상(SC)을 앞두고 운임이 반등한 반면, 유럽은 공급과잉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20피트 컨테이너(TEU) 운임이 700달러선이 붕괴되며 약세 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발 미주행 물동량 10개월만에 마이너스
미국 통계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140만7300TEU 대비 6.3% 감소한 131만8900TEU를 기록했다. 중국의 춘절 연휴 영향으로 10개월 만에 물동량 실적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체 실적의 62%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1월 1.3%에 이어 2월 13% 감소한 실적을 발표하며 올 들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가구·가재도구와 전기기기가 두 자릿수 감소하는 등 상위품목의 실적이 부진했다.
같은 달 중국의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물동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4만TEU를 기록, 8개월 연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가구 섬유·기타제품이 각각 19% 12% 증가하며 중국 상위 품목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인 실적이다. 한국발 물동량은 6만1200TEU로, 전년 대비 5.4% 늘어나며 5개월 연속 플러스를 보였다.
1~2월 실적은 중국발 물동량이 감소한 탓에 전년 대비 0.3% 감소한 289만9000TEU를 기록했다. 한국발 물량은 14만2600TEU로 17% 증가했다. 전체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9%였으며, 자동차 관련 품목과 전기기기 등이 대폭 증가하며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중국발 수출물량은 179만7800TEU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 가구와 전기기기 등 상위 품목의 부진이 전체 물동량 감소를 이끌었다. 아세안발 물동량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51만7700TEU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가구, 섬유제품의 대폭적인 증가로 전년 대비 25.1% 증가한 24만TEU를 수출하며 중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서남아시아발 수출은 17만3100TEU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중국 춘절 이후 하락일로를 걷던 북미항로 운임은 5월 운임협상(SC)을 앞두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선사들의 잇따른 임시휴항과 운임인상(GRI)이 운임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3월29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626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1329달러와 비교해 약 300달러 상승했다. 1년 전인 1100달러대와 비교해도 500달러 이상 높은 수치다.
서안과 마찬가지로 동안행 운임도 상승 반전했다. 동안 운임은 FEU당 2634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2338달러에서 300달러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11월 3700달러까지 치솟았던 동안행 운임은 줄곧 하향세였지만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선사들은 임시휴항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어 올해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올해 2분기 중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더욱 안정적인 시황을 연출할 거란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선사 관계자는 “SC에 발맞춰 운임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사들의 선복 조절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미주항로의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유럽수출항로 물동량 10%↑
지난해 사상 최고치의 물동량을 기록한 유럽항로는 새해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 15개국발 유럽 54개국행(수출항로) 물동량은 10% 증가한 161만7000TEU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거둔 데다, 월간실적으로는 처음으로 160만TEU를 돌파했다.
물동량 1위 국가인 중국이 두 자릿수의 물동량 증가율을 보인 게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 물동량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발 화물은 12% 증가한 122만9000TEU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7% 증가한 9만TEU로 4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일궜다. 1월 유럽발 아시아향 물동량은 5% 증가한 60만TEU를 기록, 3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다.
물동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유럽항로이지만 운임은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신조선 대부분이 유럽항로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탓에 선사들의 지속되는 선복조절 노력에도 운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유럽항로 운임은 올해 1월 초 996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초대형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 여파로 상승 동력을 잃었다.
3월29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TEU당 651달러로 집계됐다. 2월 900달러대가 붕괴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4월을 앞두고 700달러선 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평균운임 820달러와 비교해도 200달러에 가까운 하락세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 역시 TEU당 725달러로 전달 대비 약 130달러 하락했다.
선사 관계자는 “미주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선복축소가 이뤄졌지만 운임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황안정화 위해 선사들 잇단 임시휴항
선사들은 임시휴항과 선대 재배치 등의 카드를 꺼내들며 시황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2M은 이달 말 아시아-유럽 서비스(AE-1·머스크)에서 기존에 투입한 1만9000TEU급 11척을 1만3000~1만4000TEU급 12척으로 축소시켜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2M은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3~4월 AE2(머스크)에서 임시휴항에 나설 계획이다. 이 밖에 CMA-CGM 코스코 에버그린 OOCL 등 4개 해운사로 구성된 전략적제휴그룹 오션얼라이언스도 3~4월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총 10항차를 결항할 예정이다.
다만 선대를 대형화하는 선사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어 시황 반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2M은 3월 말 AE11(머스크) 1만4000~1만6600TEU급 선박을 1만8300~1만9400TEU급으로, AE(머스크)에 배치되는 1만3000~1만4000TEU급 선박을 11척에서 16척으로 늘렸다.
디얼라이언스는 4월부터 아시아-지중해 MD1 서비스에 투입된 8100~1만TEU급 선박 10척을 1만3500~1만4200TEU급 11척으로 선단을 대형화한다.
현대상선 역시 현재 4700~5300TEU급인 선박 크기를 6300~6800TEU로 키워 AEX의 선복 공급은 4분의 1 늘어날 것으로 프랑스 알파라이너는 내다봤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미국 서안은 7만4200TEU, 동안은 3만5600TEU 규모의 선대 공급이 축소된다. 이는 미주항로의 약 15%에 달하는 공급량이다.
로이즈리스트 역시 올해 2분기 미국 서안은 3.1% 동안은 0.4%의 선복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아시아-북유럽은 4.8%, 아시아-지중해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드류리는 “아시아-북유럽 취항선사들은 낮은 수요와 공급 증가 등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처럼 운임 상승세를 시현할 수 있다면 커다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선복관리에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의 공급조절 노력이 미주에서는 결실을 맺고 있지만 유럽항로에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계속 하락하고 있는 유럽항로 운임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